본문 바로가기
2008.01.20 05:57

부리다와 시키다

조회 수 8288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부리다와 시키다


‘부리다’에는 아주 다른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재주를, 꾀를, 멋을, 어리광을, 말썽을, 심술을, 기승을 부리다 같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것을 겉으로 드러내 떨친다”는 뜻이다. 이런 ‘부리다’는 ‘피우다’와 매우 비슷해서 ‘재주를 피우다’ ‘어리광을 피우다’처럼 그 자리에 곧장 바꾸어 써도 괜찮다. ‘부리다’에는 이와 아주 다른 뜻이 하나 더 있다. 이런 뜻의 ‘부리다’는 ‘시키다’와 비슷하다. 이때 ‘부리다’는 ‘시키다’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뜻으로만 보아서는 ‘부리다’와 ‘시키다’가 서로 다를 것이 없는 낱말이라 하겠다.

그러나 ‘부리다’와 ‘시키다’는 쓰임새가 아주 다르다. 이들 두 낱말의 뜻인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월은 ①무엇을 ②하도록 ③한다는 세 낱말로 이루어졌는데, ‘시키다’는 ‘①무엇을’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고 ‘부리다’는 ‘②하도록’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다. ‘시키다’는 [일]에 걸어서 쓰고, ‘부리다’는 일하는 [힘]에 걸어서 쓴다. [일]을 시키고, 일하는 [힘]을 부린다는 말이다. [심부름]을 시키고, 심부름하는 [사람]을 부린다. [밭갈이]를 시키고, 밭갈이하는 [소]를 부린다. [쓰레기 청소]를 시키고, 쓰레기 청소하는 [청소차]를 부린다. 사람에게든 짐승한테든 기계한테든 [일]을 시키고, 사람이든 짐승이든 기계든 일하는 [힘]을 부린다. “아무개에게 시켰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그것은 “아무개에게 청소를 시켰다”에서 [일]인 “청소를” 감추고 한 말일 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6796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3329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8378
    read more
  4. 날래다와 빠르다

    Date2008.01.29 By바람의종 Views7302
    Read More
  5. 비갈망

    Date2008.01.29 By바람의종 Views8441
    Read More
  6. 색깔이름

    Date2008.01.29 By바람의종 Views21766
    Read More
  7. 마니산과 머리

    Date2008.01.28 By바람의종 Views8649
    Read More
  8. 말꽃과 삶꽃

    Date2008.01.28 By바람의종 Views6899
    Read More
  9. 깍지다리

    Date2008.01.28 By바람의종 Views7064
    Read More
  10. 삼촌

    Date2008.01.27 By바람의종 Views8039
    Read More
  11. 달개비

    Date2008.01.27 By바람의종 Views9209
    Read More
  12. 개차산과 죽산

    Date2008.01.27 By바람의종 Views8888
    Read More
  13. 뽑다와 캐다

    Date2008.01.26 By바람의종 Views8252
    Read More
  14. 자욱길

    Date2008.01.26 By바람의종 Views11607
    Read More
  15. 형제자매

    Date2008.01.26 By바람의종 Views11314
    Read More
  16. 듬실과 버드실

    Date2008.01.25 By바람의종 Views7597
    Read More
  17. 개양귀비

    Date2008.01.25 By바람의종 Views7302
    Read More
  18. 차례와 뜨레

    Date2008.01.25 By바람의종 Views8109
    Read More
  19. 이마귀

    Date2008.01.24 By바람의종 Views9178
    Read More
  20. 사촌

    Date2008.01.24 By바람의종 Views10279
    Read More
  21. 황새울과 큰새

    Date2008.01.24 By바람의종 Views11144
    Read More
  22. 너도밤나무

    Date2008.01.22 By바람의종 Views6715
    Read More
  23. 소젖

    Date2008.01.22 By바람의종 Views6379
    Read More
  24. 인사말

    Date2008.01.22 By바람의종 Views8871
    Read More
  25. 태백산과 아사달

    Date2008.01.21 By바람의종 Views751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