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7 09:27

나무노래

조회 수 7613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무노래

초등학생 조카가 읊조리는 ‘나무노래’는 조그만 입술로 옹알대는 모습도 귀엽지만, 무엇보다도 언어유희 수준이 뛰어나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우선 비슷한 소리를 붙인다.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오다보니 오동나무, 늙었구나 느릅나무, 자빠졌다 잣나무 ….”

낱말풀이도 있다. “십리절반 오리나무, 열의갑절 스무나무, 내편네편 양편나무, 젖먹여라 수유나무, 셈잘한다 계수나무 ….”
말 쓰임이 나오기도 한다. “불밝혀라 등나무, 불에붙여 향나무, 마당쓸어 싸리나무 ….”
모습과 소리가 살아있다. “덜덜떠는 사시나무, 입맞췄다 쪽나무, 오줌싼다 쉬나무 ….”
반대말도 등장한다. “낮에봐도 밤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양반동네 상나무, 풀었어도 매자나무 ….”

아이러니는 어떤가. “한치라도 백자나무, 남쪽에 난 동백나무, 푸르러도 단풍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 아예 한 문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앉아 구기자’나무, ‘칼로베어 피’나무, ‘씨름하여 저’나무, ‘하느님께 비자’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

요즘 생태학교에서 “뽕나무가 뽕하고 방구를 뀌니, 대나무가 대끼놈 야단을 치네, 참나무가 참다못해 하는 말, 참아라~”처럼 배운다 하니, 삶과 자연이 하나로 녹아든 모습이다. 나무노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4·4조 음수율에 운을 맞추고 뜻을 이루는 품새가 절묘하지 않은가.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40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78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736
3326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1111
3325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1111
3324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112
3323 언어의 혁신 風文 2021.10.14 1114
3322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115
3321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115
3320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117
3319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118
3318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119
3317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1120
3316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124
3315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125
3314 상석 風文 2023.12.05 1125
3313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128
3312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1129
3311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1129
3310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131
3309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133
3308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134
3307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135
3306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137
3305 사저와 자택 風文 2022.01.30 11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