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0 01:25

쇠죽

조회 수 8868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쇠죽

  겨울을 농한기라고 하지만 한편으로 일손이 바쁠 때가 있다. 소를 먹이고자 겨울 양식인 여물을 장만해야 한다. 겨울에 소가 가장 좋아하는 여물은 벼를 거두고 남은 짚이다. ‘여물’은 마소를 먹이려고 말려서 썬 짚이나 마른풀이다. 사전에는 ‘소여물, 말여물’이 나온다. 벼를 베고 난 논에 짚을 뭉친 짚동·짚뭇이 놓여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여물감들이다.

‘쇠죽’은 소먹이로 짚·콩·풀 따위를 섞어 끓인 죽이다. 쇠죽을 끓일 때 넣는 쌀겨는 ‘쌀을 찧을 때 나오는 고운 속겨’인데 쇠죽을 죽처럼 만들어준다. 콩을 넣는 것은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쇠죽’은 지역에 따라 ‘소죽·세죽·쇠죽·시죽’으로 발음하는데,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는 ‘쉐죽·쉐석’이라고도 한다. ‘쇠죽’은 복합어로 ‘소/쇠(牛) + 죽(粥)’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쇠물·세물·소물·쇠물·시물’이라고도 하는데, ‘쇠물’은 ‘쇠여물’을 줄여서 말한 것이다. 북쪽에서는 ‘쉐머리·쉐모리·쉐어리’라고 발음한다.

쇠죽을 끓일 때, 작두로 짚을 썰어 ‘쌀겨, 콩’과 함께 가마솥에 넣은 뒤, 음식물 찌꺼기가 담긴 구정물을 넣는다. 다 삶고 나서 나무로 만든 쇠죽바가지로 떠다가 구유에 넣어주면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쇠죽을 먹으려고 긴 혀를 날름거리면서 소가 다가온다. 소가 쇠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구수한 냄새를 느낄 수 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시골집 풍경이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73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36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187
3348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398
3347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1399
3346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1400
3345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1404
3344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404
3343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405
3342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406
3341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406
3340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409
333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415
3338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417
3337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418
3336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418
3335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420
3334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420
3333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1421
3332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1424
3331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425
3330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426
3329 아줌마들 風文 2022.01.30 1430
3328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431
3327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43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