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4 22:50

자음의 짜임새

조회 수 7170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자음의 짜임새

한국에 사는 미국 사람이 ‘팔’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우리말로 ‘팔’이 아프다고 했는데, 의사는 ‘발’이 어떻게 아프냐고 묻는다. ‘발’이 아니고 ‘팔’이 아프다고 하지만, 한국 의사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영어를 쓰는 사람은 머릿속에 우리말의 ‘발’과 ‘팔’이 구별되어 갈무리돼 있지 않아 이 두 발음을 구별하려 하지만 꽤 어렵다. 우리말을 쓰는 사람에게는 두 소리가 아주 자연스레 구별해 저장하고 있는데다 ‘빨’도 구분한다. 따라서 비슷한 [ㅂ·ㅍ·ㅃ] 세 소리를 정확히 구분한다. 그러니 [불·풀·뿔]도 아무 혼돈 없이 구별된다. [ㄱ·ㅋ·ㄲ], [ㄷ·ㅌ·ㄸ], [ㅈ·ㅊ·ㅉ] 역시 그러하다. 우리말은 자음에 세 짝을 이루어 구별한다.

영어에서는 이런 구별이 없고, 단지 유성음과 무성음이라는 두 짝을 구별한다. 우리말 ‘바보’의 두 ‘ㅂ’을 우리는 구별하지 못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앞의 [ㅂ]은 무성음으로 뒤의 [ㅂ]은 유성음으로 전혀 다른 소리로 구별해 인식한다. 마치 우리가 ‘발’과 ‘팔’을 구별하듯이. 영어뿐만 서양말 대부분이 그러하고, 가까이는 일본말·중국말도 그러하다. 이처럼 언어마다 자음의 짜임새는 각각 다르다.

우리말처럼 자음이 세 짝을 이루는 말에 동남아시아의 태국말·베트남말이 있다. 베트남말에서 [가]는 ‘정거장’, [카]는 ‘상당히’, [까]는 ‘노래하다’이다. 그렇다고 우리말과 베트남말이 말겨레가 같다는 것은 아니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67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27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156
3348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338
3347 꼬까울새 / 해독, 치유 風文 2020.05.25 1342
3346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344
3345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347
3344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352
3343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353
3342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354
3341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354
3340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1354
3339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1355
3338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358
3337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1359
3336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360
3335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360
3334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361
3333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1362
3332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363
333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1367
3330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367
3329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367
3328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370
3327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3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