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5 03:05

옮김과 뒤침

조회 수 8091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옮김과 뒤침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요즘 흔히 ‘옮김’이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언해’ 또는 ‘번역’이라 했다. 아직도 ‘번역’ 또는 ‘역’이라 적는 사람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본뜨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해’든 ‘번역’이든 ‘역’이든 이것들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지만 ‘옮김’은 우리말이라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옮김’은 무엇을 있는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자리바꿈하는 것이다. 거기서 ‘발걸음을 옮기다’, ‘직장을 옮기다’, ‘말을 옮기다’, ‘모종을 옮기다’, ‘눈길을 옮기다’, ‘실천에 옮기다’ 같은 데로 뜻이 넓혀지지만 언제나 무엇을 ‘있는 그대로’ 자리바꿈하는 뜻으로만 써야 한다.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을 우리는 ‘뒤침’이라 했다. 글말로는 ‘언해·번역’이라 썼지만 입말로는 ‘뒤침’이었다고 본다. ‘뒤치다’를 국어사전에는 “자빠진 것을 엎어놓거나, 엎어진 것을 젖혀놓다” 했으나 그것은 본디 뜻이고, 그런 본디 뜻에서 “하나의 말을 또 다른 말로 바꾸어놓는 것”으로 넓혀졌다. 어릴 적에 나는 서당 선생님이 “어디 한 번 읽어 봐” 하시고, 또 “그럼 어디 뒤쳐 봐” 하시는 말씀을 늘 들었다. ‘뒤쳐 보라’는 말씀은 가끔 ‘새겨 보라’고도 하셨는데, ‘새기라’는 말씀은 속살을 알아들을 만하게 풀이하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뒤치라’는 것과 조금은 뜻이 달랐다. 어린 시절 나는 ‘읽다’와 더불어 ‘뒤치다’, ‘새기다’, ‘풀이하다’ 같은 낱말을 서로 다른 뜻으로 쓰면서 자랐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00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52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467
3392 터키말과 튀르크어파 바람의종 2007.11.08 6490
3391 과대포장 바람의종 2007.11.08 6846
3390 싸우다와 다투다 바람의종 2007.11.09 6851
3389 운율 바람의종 2007.11.09 8155
3388 훈훈하다 바람의종 2007.11.09 13267
3387 몽골말과 몽골어파 바람의종 2007.11.10 9587
3386 다방구 바람의종 2007.12.12 8909
3385 우리와 저희 바람의종 2007.12.12 8380
3384 부추? 바람의종 2007.12.13 6199
3383 뒷담화 바람의종 2007.12.13 7053
3382 말과 나라 바람의종 2007.12.14 6724
3381 꿍치다 바람의종 2007.12.14 9259
» 옮김과 뒤침 바람의종 2007.12.15 8091
3379 다슬기 바람의종 2007.12.15 8685
3378 새말의 정착 바람의종 2007.12.16 7417
3377 토족말 지킴이 챙고츠 바람의종 2007.12.16 6922
3376 궁시렁궁시렁 바람의종 2007.12.17 6958
3375 가시버시 바람의종 2007.12.17 7409
3374 고구마 바람의종 2007.12.18 8738
3373 도우미 바람의종 2007.12.18 8142
3372 만주말 지킴이 스쥔광 바람의종 2007.12.20 7375
3371 개구지다 바람의종 2007.12.20 85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