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1.03 00:27

금과 줄

조회 수 6018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금과 줄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국어 시험에 “다음 밑금 그은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 하는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60년대를 지나면서 ‘밑금’은 시나브로 ‘밑줄’로 바뀌어 요즘은 모조리 ‘밑줄’뿐이다. “다음 밑줄 친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 이렇게 되었다. 우리말을 가르치는 국어 교육이 잘못 쓰는 말을 바로잡기는커녕 앞장서 틀린 말을 퍼뜨린 것이다.

종이나 마당 같이 반반한 바닥에 긋는 것은 ‘금’이다. ‘긋다’와 ‘금’, ‘그리다’와 ‘그림’과 ‘글’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줄’은 시험지 같은 종이에 칠 수가 없다. 빨랫줄이든 전깃줄이든 연줄이든 ‘줄’은 공중에 치는 것이고, 반반한 바닥에는 떨어뜨려 놓을 수밖에 없다. 다만, 바닥에 죽 늘어서 있는 것도 ‘줄’이다. 그러나 이런 ‘줄’은 치지 않고 짓는다. 군인은 줄을 ‘지어’ 걸어가고, 글월은 줄을 ‘지어’ 써내려 간다.

‘줄’은 생김과 쓰임에 따라 여러 가지다.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도록 굵게 드린 ‘바’는 흔히 ‘밧줄’이라고 겹쳐 쓰지만, 씨름꾼이 샅에 매는 ‘샅바’는 그냥 ‘바’다. 실이나 삼이나 종이로 가늘게 꼬는 ‘노’도 ‘노끈’이라고 겹쳐 말하고 조심스러운 물건을 묶는 데 쓴다. ‘올’도 ‘줄’이기는 하나 너무 가늘어서 ‘줄’을 만드는 감에나 쓰인다. 물건을 매거나 묶거나 꿰는 데 두루 쓰이는 ‘끈’이 있고, 평평하게 너비가 있어서 허리띠, 머리띠, 애기 업는 띠로 쓰이는 ‘띠’도 있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05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56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472
3414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1010
3413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1011
3412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1025
3411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1041
3410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1052
3409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1097
3408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1104
3407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1122
3406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1125
3405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1151
3404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159
3403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1161
3402 뒷담화 風文 2020.05.03 1162
3401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168
3400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174
3399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191
3398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1198
3397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199
3396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203
3395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1207
3394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231
3393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124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