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25 07:38

정서적 의미

조회 수 9714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정서적 의미

국어사전에는 ‘샘’의 뜻을 ‘물이 땅에서 솟아나는 곳, 또는 그 물’이라고 풀이한다. ‘샘’이 가지는 물리적 현상을 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전라 방언에서 쓰이는 ‘샘’의 고장말 ‘시암’을 쓴다면 이 ‘시암’의 의미는 쓰는 사람 따라 상당히 다른 정서적 의미를 갖게 된다.

‘집안이나 마을 어귀에서 물이 솟아나는 곳’이 일반적인 의미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쌀이나 채소를 씻거나 손빨래를 하며 물을 긷는 곳, 아낙네들이 모여 삶의 얘기를 나누는 곳, 겨울에 물 길러 갔다가 얼음에 미끄러져 다친 곳, 여름철 더위에 등목을 하던 곳’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암’이라는 방언에 녹아 있는 정감은 오랜 전통과 문화와 역사 속에서 다져진 정서적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시암’에 얽힌 개인의 추억과 경험에 따라서 방언 ‘시암’의 문화·정서적 의미는 아주 다양할 것이다. 그래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고장말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이는 ‘새미, 시얌, 새암, 삼,  …’ 들로 말하는 고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은 대체로 경험적으로 익힌 것들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길든 말을 즐겨 쓰게 된다. 이럴 때, 표준어가 보여주는 물리·현상적 의미와 고장말의 체험·정서적 의미가 대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장말의 문화·정서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 환경을 만나면 사람들은 표현에 한계를 느끼고 글쓰기와 말하기를 어렵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77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25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187
3436 “산따” “고기떡” “왈렌끼” new 風文 2024.05.31 15
3435 “사겨라” “바꼈어요” new 風文 2024.05.31 27
3434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風文 2024.05.29 34
3433 어이없다 風文 2024.05.29 59
3432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風文 2024.05.10 410
3431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風文 2024.05.10 448
3430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482
3429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545
3428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625
3427 말의 권모술수 風文 2021.10.13 635
3426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676
3425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676
3424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680
3423 정치인들의 말 風文 2021.10.08 689
3422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690
3421 법률과 애국 風文 2021.09.10 692
3420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712
3419 상투적인 반성 風文 2021.10.10 737
3418 언어적 주도력 風文 2021.09.13 739
3417 아무 - 누구 風文 2020.05.05 769
3416 어버이들 風文 2021.10.10 775
3415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80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