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4 11:18

‘개덥다’고?

조회 수 13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덥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날씨를 일러 젊은이들은 ‘개덥다’고 한다. ‘아주 덥다’는 뜻이다. ‘개(-)’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9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카피에서 ‘개고생’은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을 뜻하는 말인데, 실질적으로는 비속어에 가깝다. 이때의 ‘개-’는 ‘개수작’, ‘개망신’, ‘개지랄’ 등처럼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주로 ‘수작’, ‘망신’, ‘지랄’ 등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몇몇 말(명사) 앞에 붙는다.

이 광고 이후로 ‘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개이익’처럼 명사뿐만 아니라 ‘개덥다’, ‘개싫다’, ‘개예쁘다’, ‘개웃기다’ 등처럼 동사, 형용사 앞에도 ‘개’를 붙여 쓰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때의 ‘개덥다’의 ‘개’는 ‘개고생’의 ‘개’와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개고생’의 ‘개’가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 어울리는 데 반해, ‘개덥다’의 ‘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도 어울릴 수 있다. ‘개덥다’의 ‘개’는 현재 유행어로서, 표준어가 아니다.

내 제자들도 스스럼없이 ‘개덥다’, ‘개웃기다’ 등의 ‘개’를 남발한다.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나에게 ‘개(-)’는 비속어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이 아무 때나 이런 유행어를 남발하는 게 부적절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 또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01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55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544
3414 훈방, 석방 바람의종 2010.07.23 14724
3413 훈민정음 반포 565돌 바람의종 2011.11.20 14528
3412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281
3411 후덥지근 / 후텁지근 바람의종 2012.05.30 11448
3410 효시 바람의종 2007.10.08 13484
3409 효능, 효과 바람의종 2010.04.25 10601
3408 횡설수설 1 바람의종 2010.11.11 15121
3407 획정, 확정 바람의종 2008.12.10 14917
3406 회피 / 기피 바람의종 2012.07.05 11780
3405 회가 동하다 바람의종 2008.02.01 20254
3404 홰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39735
3403 황제 바람의종 2012.11.02 18509
3402 황소바람 바람의종 2010.09.04 11847
3401 황새울과 큰새 바람의종 2008.01.24 11144
3400 황금시간 / 우리말 속 일본어 風文 2020.06.11 1909
3399 활개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12647
3398 환멸은 나의 힘 / 영어는 멋있다? 風文 2022.10.28 1415
3397 환갑 바람의종 2007.10.06 18218
3396 화이바 바람의종 2009.09.24 10580
3395 화성돈 바람의종 2012.08.30 10780
3394 홑몸, 홀몸 바람의종 2009.02.14 12089
3393 홍일점 바람의종 2010.10.06 1495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