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30 00:22

사저와 자택

조회 수 11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저와 자택

한국말에는 서로의 관계를 고려해서 조심해 써야 할 말들이 매우 많다. 존댓말만이 아니라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행여 오해 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어휘가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러한 세세한 구별이 과연 꼭 필요한가 하는 물음도 생긴다.

그 가운데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대표적인 것이 무심코 튀어나오는 전근대적인 표현들이다. 나이든 남자를 ‘영감’이라고 한다든지, 이미 고어가 되었어야 할 ‘아녀자’라는 말이 아직도 사전에 올라 있는 것이라든지, 같은 성인들 사이에서 손위 손아래 따지는 것 등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 전근대적 요소가 버젓이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제대로 ‘시민사회’가 무르익지 못했다는 말이다. 언어만이 아니라 종종 터져나오는 약자에 대한 ‘갑’의 만행을 보면 분명히 전근대 사회의 양반이나 토호들이 머슴과 종들한테 해대던 패악질과 똑 닮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 본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 너도나도 그 집을 ‘사저’라고 부른다. 사저는 관저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관저는 고위직에 있는 사람한테 제공된 집이다. 그러고 보니 사저라는 말 역시 그리 ‘현대적 표현’은 아니다. 공직이 끝나면 당연히 ‘자택’ 혹은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 옳다. 듣자 하니 누군가는 ‘마마’라는 표현까지 했다고 한다.

물러난 대통령은 남달리 ‘영애, 시해, 아우라’ 등 우리의 시대정신과 어긋나는 비범한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았다. 그러니만큼 그저 그런 보통사람의 삶과 다른 길을 걸었고 결국은 그것 때문에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모든 사람의 삶에 좋은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그에게 덮어씌워져 있던 ‘전근대적 언어’를 우리 손으로 거두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42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80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753
3150 산오이풀 바람의종 2008.04.07 7036
3149 ‘고마미지’와 ‘강진’ 바람의종 2008.04.08 8087
3148 일터 말 바람의종 2008.04.08 9435
3147 밸과 마음 바람의종 2008.04.09 8320
3146 비비추 바람의종 2008.04.10 6671
3145 버들과 땅이름 바람의종 2008.04.10 7941
3144 일벗 사이 바람의종 2008.04.13 9817
3143 곧은밸 바람의종 2008.04.13 6550
3142 분꽃 바람의종 2008.04.14 7162
3141 거제의 옛이름 ‘상군’(裳郡) 바람의종 2008.04.15 8550
3140 인사 바람의종 2008.04.15 9806
3139 영양과 ‘고은’ 바람의종 2008.04.16 10567
3138 인사말 바람의종 2008.04.17 7208
3137 통장을 부르다 바람의종 2008.04.17 11494
3136 쑥부쟁이 바람의종 2008.04.19 7332
3135 금산과 진내을 바람의종 2008.04.19 6847
3134 나들이 바람의종 2008.04.20 8612
3133 기윽 디읃 시읏 바람의종 2008.04.20 10935
3132 논개 바람의종 2008.04.21 8302
3131 꽃무릇 바람의종 2008.04.21 6064
3130 술이홀과 파주 바람의종 2008.04.22 7501
3129 예식장 바람의종 2008.04.22 684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