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02 21:31

혈혈단신, 이판사판

조회 수 7887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자성어(2)

음력 5월을 대표하는 명절 단오. 수릿날이라고도 하며 여름을 맞기 전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다. 이날 남자들은 공터에서 황소를 놓고 씨름을 하고 여자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뛰기를 즐겼다. 이도령이 춘향을 만나게 된 것도 단옷날 그네 뛰는 그녀의 모습에 반해서였다. 춘향의 집을 찾은 이도령은 춘향과 백년언약을 하지만 아버지의 귀경으로 이별하게 된다. 이걸 알게 된 춘향모(母) 월매는 '내 딸 춘향이 상사병으로 원통히 죽고 나면 딸 잃고 사위 잃고 혈혈단신 이내 몸이 뉘를 믿고 산단 말인가. 남 못할 일 그리마오'하고 악을 쓴다. 이판사판이니 무슨 말을 못할까.

윗글에 나오는 혈혈단신(孑孑單身)을 '홀홀단신'으로 잘못 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혈혈(孑孑)은 고단하게 외로이 서 있는 모양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혈혈단신은 의지할 곳 없는 홀몸이란 뜻이다. '홀홀'은 물체가 가볍게 날리는 모양을 나타낸다.

이판사판(理判事判)도 '이판새판'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판사판이 맞는 말이다. 이판(理判)은 참선하고 공부하는 스님을, 사판(事判)은 절의 업무를 꾸려가는 스님을 뜻한다. 억불(抑佛)정책을 쓴 조선시대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마지막 신분 계층이 되는 것이므로 이판사판은 곧 막다른 데에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의미한다.

권인섭 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20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83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589
3370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366
3369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366
3368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367
3367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1371
3366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373
3365 언어의 혁신 風文 2021.10.14 1375
3364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1379
3363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380
3362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381
3361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382
336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1383
3359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386
3358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386
3357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1388
3356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1394
3355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1397
3354 쓰봉 風文 2023.11.16 1399
3353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1401
3352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402
3351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410
3350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413
3349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4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