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8 06:03

행여

조회 수 7042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행여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를 할 때, 말머리에 갖다 붙이는 부사가 몇 가지 있다. 이 말들은 서로 바꿔 써도 괜찮은 경우가 있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행여 표 떨어질라 … 눈치 행정 극심’

한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이 제목에서 ‘행여’에는 표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담겨 있다. 잘못 쓴 말이다. ‘행여’는 한자 다행 행(幸)에 접미사 ‘-여’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따라서 ‘다행히도, 운 좋게, 바라건대’의 뜻을 가지고 있다. 우려하고 걱정하는 말에다 기대할 때 쓰는 말을 갖다 놓았다.

그런데 이런 잘못은 많은 독자가 읽는 신문에서 머릿기사 제목으로 쓸 만큼 흔해져 버렸다. 이 기사가 눈에 띄기에 보기를 들었을 뿐이지, 이와 똑같은 잘못은 어느 신문 가릴 것 없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용도로 쓰이는 부사로는 ‘행여·행여나·혹·혹시·혹시나·혹여·혹간·설혹·만약·만약에·만일’ 따위가 있다. 이들 중에서 다른 것들은 우려하는 경우나 기대하는 경우에 공통적으로 쓸 수 있지만 ‘행여’와 ‘행여나’는 걱정·우려할 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행여 반가운 친구가 오려나 기다려진다”는 되지만 “행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안 된다.

‘행여’를 ‘혹시’와 같은 뜻으로 풀이한 사전이 있기는 하다. 잘못된 말이지만 널리 퍼져 있으므로 그런 풀이를 넣었을 터이다. 그러나 공공성을 띤 매체라면 제대로 본디뜻을 가려서 쓰는 것이 좋겠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56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08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104
3348 올곧다 바람의종 2007.03.03 14067
3347 우레 바람의종 2007.03.03 8917
3346 우려먹다(울궈먹다) 바람의종 2007.03.03 14022
3345 웅숭깊다 바람의종 2007.03.03 17130
3344 을씨년스럽다 바람의종 2007.03.15 9938
3343 이녁 바람의종 2007.03.15 13988
3342 자그마치 바람의종 2007.03.16 11501
3341 자라목 바람의종 2007.03.16 7587
3340 잡동사니 바람의종 2007.03.22 9393
3339 장가들다 바람의종 2007.03.22 10321
3338 제비초리 바람의종 2007.03.23 14046
3337 적이 바람의종 2007.03.23 7336
3336 젬병 바람의종 2007.03.24 10609
3335 조바심하다 바람의종 2007.03.24 6678
3334 조카 바람의종 2007.03.26 11114
3333 줄잡아 바람의종 2007.03.26 11136
3332 지루하다 바람의종 2007.03.27 9564
3331 지름길 바람의종 2007.03.27 6587
3330 진저리 바람의종 2007.03.28 8034
3329 쫀쫀하다 바람의종 2007.03.28 10164
3328 천둥벌거숭이 바람의종 2007.03.29 8650
3327 칠칠하다 바람의종 2007.03.29 809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