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1.19 05:19

커브길

조회 수 8373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커브길

올해도 국민과 재외동포 대부분이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풍요롭게 즐기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명절에는 오랜만에 그동안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끝없는 자동차 행렬로 막히는 길이 평소와는 달리 그리 짜증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곧게 뻗었으나 단조로운 길이 있는가 하면, 간간이 들꽃이 핀 길섶이 있어서 정겨운 시골길도 있다. 곧게 가다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어진 길을 외래어로 ‘커브’(curve) 또는 ‘커브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카브(길)’라고 발음하기도 하였는데 이 영어의 일본말 ‘가부’(カ-ブ)의 영향인 듯하다. ‘굽잇길’이라는 우리말이 있으나 사전에만 올라 있을 뿐 아직 입말로는 정착되지 않은 듯하다. 어떤 지역에서는 ‘카돗길’이라고 한다. ‘카브’의 ‘브’ 대신에 ‘도’(道)가 들어가고 거기에다가 ‘길’이 덧붙은 형태이다. ‘역전앞’처럼 같은 말이 두 번 들어간 경우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고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경사, 기울기, 비탈’이라는 뜻의 일본말 ‘고바이’(こうばい, 勾配)이므로 원래의 뜻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고갯길과 같은 경사진 길이 똑바르지 않고 대개 휘기 때문에 이렇게 와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고바이’ 대신에 ‘고바위’로 말하는 지역이나 개인이 있는데, 이는 ‘높을 고’(高)에 ‘바위’가 연결된 것으로 생각해서인 듯하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74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24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259
3128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474
3127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1477
3126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478
3125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風文 2020.05.22 1484
3124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485
3123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485
3122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485
3121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486
3120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486
3119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487
3118 방방곡곡 / 명량 風文 2020.06.04 1495
3117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495
3116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496
3115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498
3114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498
3113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499
3112 단골 風文 2023.05.22 1499
3111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499
3110 너무 風文 2023.04.24 1504
3109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508
3108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509
3107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5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