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2 12:20

한터와 자갈치

조회 수 9595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터와 자갈치

‘한터’는 서울 대치동의 다른 이름이다. ‘한’은 ‘큰’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며, ‘터’는 ‘치’(峙)의 옛음인 ‘티’가 변화한 말이다. ‘티’가 구개음화해서 ‘치’로 바뀌지 않고 ‘터’로 변한 것은 장소를 나타내는 다른 말인 ‘터’가 있기 때문이다. ‘장터’, ‘새터’와 같이 특정한 장소를 이를 때 ‘터’가 쓰이는 경우는 매우 많다. ‘티’, 곧 ‘치’는 고개를 일컫거나 산이 우뚝 솟은 모습을 일컬을 때 쓰인다. ‘한티’가 ‘대치’로 맞옮겨진 것은 의미상으로도 매우 자연스럽다. 또한 ‘한터’도 어휘 관계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터’가 ‘치’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자갈치 시장은 ‘자갈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갈치’는 등가싯과의 생선 이름이지만 자갈치가 많이 잡혀 붙은 이름인지는 알 수 없다. 자갈치 시장은 1946년에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지역은 자갈투성이 땅이었기 때문에 ‘자갈터’라는 말이 붙었다고 한다. ‘자갈터’가 ‘자갈치’로 바뀐 셈이다. 간혹은 몽골어에서 자갈치가 ‘어부’를 뜻하는 말이므로, 자갈치 시장도 몽골어에서 온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자갈치 시장이 생겨난 시점을 고려한다면, 자갈치는 ‘자갈터’에서 유래한 말로, 점차 어류인 자갈치를 연상하게 했다고 봐야겠다. 오늘날 자갈치 시장에서 자갈을 구경하기는 어렵다. 현대식 건물 뒤에 시장 아지매들의 삶과 판잣집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갈터’ 흔적도 사라졌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31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89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638
3216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641
3215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641
3214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644
3213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645
3212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645
3211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646
321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648
3209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1650
3208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650
3207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650
3206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651
3205 기림비 2 / 오른쪽 風文 2020.06.02 1657
3204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657
3203 위탁모, 땅거미 風文 2020.05.07 1661
3202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661
3201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661
3200 이름 짓기, ‘쌔우다’ 風文 2022.10.24 1662
3199 일타강사, ‘일’의 의미 風文 2022.09.04 1664
3198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667
3197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669
3196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671
3195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6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