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4 18:09

황새울과 큰새

조회 수 11477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황새울과 큰새

작은 마을 이름에는 땅의 모양새나 동식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당진군 정미면의 ‘황새울’이라는 곳도 ‘황새’가 많이 날아든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황새울’을 ‘한새울’이라고도 한다. ‘황새’와 ‘한새’는 어떤 관계일까?

우리말 형용사 ‘하다’는 ‘크다·많다’라는 뜻을 지닌 옛말이었다. 이는 <용비어천가> 제2장의 ‘불휘 기픈 남? 바?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라는 표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여름 하?니’는 ‘열매가 많으니’라는 뜻이다. ‘한강’은 ‘큰 강’을 뜻하며, ‘한밭’은 또한 ‘큰 밭’(大田)’을 뜻한다는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우리 글을 ‘한글’이라 한 것도 ‘큰 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쯤 되면 ‘한새울’이 ‘황새울’로 불리는 까닭도 짐작할 수 있다. ‘한 새’는 ‘큰 새’이며, 한낱말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황새’라는 말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는 황새를 ‘한새 관(?)’으로 풀이한 바 있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황새’를, “몸의 길이는 1미터, 편 날개의 길이는 66센티미터, 몸빛은 흰 빛”으로 풀이한다. 결국 ‘황’은 ‘한’이 변한 소리다. ‘한’은 ‘황’뿐만 아니라 ‘항’으로 소리날 수도 있다. 우리 옛말에 ‘주인’을 뜻하는 ‘항것’도 ‘큰’이라는 뜻의 ‘항’과 ‘주인’이라는 뜻의 ‘것’이 합쳐진 말이다. 이처럼 음이 유사한 작은 마을 이름에서 우리말의 본새를 찾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74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26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197
3414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1014
3413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1015
3412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1035
3411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1053
3410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1058
3409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1105
3408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1117
3407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1122
3406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1132
3405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1157
3404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161
3403 뒷담화 風文 2020.05.03 1162
3402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184
3401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189
3400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197
3399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1201
3398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1209
3397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214
3396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222
3395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1223
339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1251
3393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2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