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2.18 16:59

‘요새’와 ‘금세’

조회 수 19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요새’와 ‘금세’

오래된 수수께끼 중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는 무엇일까’라는 게 있다. ‘종달새’ ‘참새’ ‘벌새’ 등 모두 자기가 아는 작은 새 이름을 떠올리느라 바쁘겠지만 정답은 ‘눈 깜짝할 새’이다. 눈을 한 번 살짝 감았다 뜨는 짧은 동안이니, 과연 그보다 더 작은 ‘새’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사이’가 줄어서 ‘새’가 되는 데 착안한 언어유희로, 어르신들은 ‘싱거운’ 소리라고 하실 테지만 젊은이들은 ‘썰렁한’ 농담이라고 할 것이다.

요새 젊은이들이 새로 만들어 쓰는 말 중에 ‘금사빠’라는 게 있다. ‘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그 친구는 금사빠야’ ‘내 금사빠 성향을 어떻게 고쳐야 하지’처럼 쓴다. 그런데 이때 ‘금세’를 어떻게 써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다. ‘금세’가 맞나, ‘금새’가 맞나? ‘요새, 어느새, 밤새’ 같은 말에서처럼 ‘새’로 적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말들을 적을 때 혼동하는 이유는 우리말에서 ‘애’와 ‘에’의 발음이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고 들을 때는 구분되지 않는 소리들을 구분해서 적자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럴 때는 이 말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말인지를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요새, 어느새, 밤새’의 ‘새’는 ‘눈 깜짝할 새’의 ‘새’처럼 모두 ‘사이’가 줄어든 말이다. ‘요사이’가 줄어서 ‘요새’, ‘밤사이’가 줄어서 ‘밤새’가 되었다. ‘아이’가 줄어서 ‘애’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세’는 ‘지금, 이제’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금시(今時)’에 조사 ‘에’가 결합된 ‘금시에’가 줄어서 된 말이다. ‘금시초문(今時初聞)’이라고 할 때의 ‘금시’와 ‘에’가 합쳐진 말로서, ‘금새’가 아니라 ‘금세’로 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89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55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381
3392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217
3391 내색 風文 2023.11.24 1222
3390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風文 2022.08.15 1226
338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1243
3388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1251
338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1251
3386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1253
3385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1261
3384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1263
3383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1268
3382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1272
3381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275
3380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276
3379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277
3378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281
3377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1283
3376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1284
337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1285
3374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296
3373 24시 / 지지지난 風文 2020.05.16 1298
3372 옹알이 風文 2021.09.03 1302
3371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3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