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2.18 16:59

‘요새’와 ‘금세’

조회 수 22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요새’와 ‘금세’

오래된 수수께끼 중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는 무엇일까’라는 게 있다. ‘종달새’ ‘참새’ ‘벌새’ 등 모두 자기가 아는 작은 새 이름을 떠올리느라 바쁘겠지만 정답은 ‘눈 깜짝할 새’이다. 눈을 한 번 살짝 감았다 뜨는 짧은 동안이니, 과연 그보다 더 작은 ‘새’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사이’가 줄어서 ‘새’가 되는 데 착안한 언어유희로, 어르신들은 ‘싱거운’ 소리라고 하실 테지만 젊은이들은 ‘썰렁한’ 농담이라고 할 것이다.

요새 젊은이들이 새로 만들어 쓰는 말 중에 ‘금사빠’라는 게 있다. ‘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그 친구는 금사빠야’ ‘내 금사빠 성향을 어떻게 고쳐야 하지’처럼 쓴다. 그런데 이때 ‘금세’를 어떻게 써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다. ‘금세’가 맞나, ‘금새’가 맞나? ‘요새, 어느새, 밤새’ 같은 말에서처럼 ‘새’로 적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말들을 적을 때 혼동하는 이유는 우리말에서 ‘애’와 ‘에’의 발음이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고 들을 때는 구분되지 않는 소리들을 구분해서 적자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럴 때는 이 말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말인지를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요새, 어느새, 밤새’의 ‘새’는 ‘눈 깜짝할 새’의 ‘새’처럼 모두 ‘사이’가 줄어든 말이다. ‘요사이’가 줄어서 ‘요새’, ‘밤사이’가 줄어서 ‘밤새’가 되었다. ‘아이’가 줄어서 ‘애’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세’는 ‘지금, 이제’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금시(今時)’에 조사 ‘에’가 결합된 ‘금시에’가 줄어서 된 말이다. ‘금시초문(今時初聞)’이라고 할 때의 ‘금시’와 ‘에’가 합쳐진 말로서, ‘금새’가 아니라 ‘금세’로 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62998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4402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3Feb
    by 관리자
    2022/02/13 by 관리자
    Views 132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5. No Image 16Nov
    by 風文
    2023/11/16 by 風文
    Views 1331 

    부사, 문득

  6.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1332 

    편견의 어휘

  7. No Image 31Oct
    by 風文
    2021/10/31 by 風文
    Views 133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8. No Image 03Sep
    by 風文
    2021/09/03 by 風文
    Views 1336 

    옹알이

  9. No Image 27May
    by 風文
    2020/05/27 by 風文
    Views 1348 

    교정, 교열 / 전공의

  10. No Image 22Dec
    by 風文
    2023/12/22 by 風文
    Views 1349 

    여보세요?

  11. No Image 15Aug
    by 風文
    2022/08/15 by 風文
    Views 1351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12. No Image 16Aug
    by 風文
    2022/08/16 by 風文
    Views 1353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13.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1355 

    언어와 인권

  14. No Image 21Apr
    by 風文
    2023/04/21 by 風文
    Views 1355 

    댄싱 나인 시즌 스리

  15. No Image 16May
    by 風文
    2020/05/16 by 風文
    Views 1368 

    24시 / 지지지난

  16. No Image 25May
    by 風文
    2020/05/25 by 風文
    Views 1372 

    꼬까울새 / 해독, 치유

  17. No Image 10Feb
    by 風文
    2022/02/10 by 風文
    Views 137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18.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137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19. No Image 27Jun
    by 風文
    2022/06/27 by 風文
    Views 1372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20. No Image 16May
    by 風文
    2022/05/16 by 風文
    Views 1378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21. No Image 04Aug
    by 風文
    2022/08/04 by 風文
    Views 1380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22. No Image 26Jan
    by 風文
    2022/01/26 by 風文
    Views 1381 

    말과 공감 능력

  23. No Image 18Aug
    by 風文
    2022/08/18 by 風文
    Views 1381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24.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1385 

    영어 절대평가

  25. No Image 28Jun
    by 風文
    2022/06/28 by 風文
    Views 1385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