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2.08 08:32

금수저 흙수저

조회 수 11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금수저 흙수저

정직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옛이야기들은 대부분 가난하더라도 착하게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잘살게 되리라는 교훈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더 이상 이런 얘기를 믿지 않는 것 같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노력보다 부모의 배경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는, 젊은이들의 현실 자조적인 생각에서 나온 표현이다. ‘금수저’는 돈 많고 능력 있는 부모를 둔 사람을 가리키는 반면, ‘흙수저’는 돈도 배경도 변변찮아 기댈 데가 없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말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라고 하는 영어 관용 표현으로부터 나왔다. 은은 값진 귀금속이면서 독극물에 닿으면 검게 변하는 특성이 있어 예로부터 고급 식기로 사용돼 왔다. 이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은수저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기에, 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있었다는 것은 곧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의미가 되었다.

여기서 유래하여 처음 ‘은수저’라는 말이 집안 좋은 이들을 지칭할 때 사용되다가 은보다 금이 더 가치가 높다는 데서 곧 ‘금수저’란 말로 대체되었다. 이어서 ‘금수저’에 대비하여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흙수저’라는 말이 추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터넷에는 금수저 연예인 명단과 함께 자신이 흙수저 계층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표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언어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특히 유행하는 신조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을 꾸밈없이 비춰준다. 그것이 ‘금수저’와 ‘흙수저’로 상징되는 부의 편중과 대물림 현상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466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16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311
22 넋두리 風磬 2006.10.30 8433
21 내숭스럽다 風磬 2006.10.30 10037
20 남세스럽다 風磬 2006.10.30 10908
19 나리 風磬 2006.10.10 16726
18 꼬투리 風磬 2006.10.10 13466
17 구년묵이(구닥다리) 風磬 2006.10.10 14891
16 괄괄하다 風磬 2006.09.29 14320
15 곤죽 風磬 2006.09.29 12173
14 고주망태 風磬 2006.09.21 14107
13 고수레 風磬 2006.09.18 20393
12 고뿔 風磬 2006.09.16 15311
11 고명딸 風磬 2006.09.16 15482
10 게거품 風磬 2006.09.14 19295
9 괴발개발(개발새발) 風磬 2006.09.14 20929
8 겻불 風磬 2006.09.14 15856
7 개차반 風磬 2006.09.14 15950
6 개개다(개기다) 風磬 2006.09.13 15839
5 요, 오 風磬 2006.09.09 20061
4 에요, 예요 風磬 2006.09.09 19773
3 맞고요, 맞구요 風磬 2006.09.09 163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