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23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영수증 받으실게요”

대형 커피전문점 컵 걸이에 새겨진 글이 화제다.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X). 나왔습니다(O)” 사물 존칭이 하도 문제가 되다 보니 아예 문구를 새겨 넣은 모양이다. 아르바이트생의 시급보다 비싼 커피이니 나오시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때 씁쓸하게 웃었던 적이 있었다. 사물존칭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사회적인 공감대가 어느 정도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높임말을 어려워한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못지않게 자주 틀리는 말 중에 “-(하)실게요”라는 표현이 있다.“영수증 받으실게요” “여기 앉으실게요” “다른 옷 입어 보실게요” 예는 수도 없이 많다. “-(하)실게요”는 모두 틀린 표현이다.

상대방을 높이는 ‘시’와 말하는 사람의 행동에 대한 약속이나 의지를 담은 ‘-ㄹ게요’는 함께 쓸 수 없다. “영수증 받으세요” “영수증 받을게요”는 되지만 “영수증 받으실게요”는 자신이 영수증을 받겠다는 얘기인지 상대방에게 영수증을 받으라는 것인지 뜻이 모호하게 된다. “영수증 받으세요” “여기 앉으세요” “다른 옷 입어 보세요” 정도면 충분하다.

높여야 할 서술어가 여러 개일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어머니는 나를 보시며 우셨다’ ‘어머니는 나를 보시며 울었다’ ‘어머니는 나를 보며 우셨다’ 어느 것이 맞을까? 어느 쪽도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문장의 마지막 서술어에 ‘시’를 쓴다. 즉 ‘어머니는 나를 보며 우셨다’가 자연스럽다. 다만 존경의 어휘와 같이 쓸 때에는 다른 서술어에도 ‘시’를 쓴다. 가령 ‘주무시다’는 그 자체가 어른에게만 쓰는 존경의 뜻을 담은 어휘이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주무시고 가셨다’와 같이 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32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89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641
180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580
179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577
178 내일러 風文 2024.01.03 1577
177 왕의 화병 風文 2023.11.09 1576
176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569
175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567
174 까치발 風文 2023.11.20 1566
173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1565
172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560
171 언어적 적폐 風文 2022.02.08 1559
170 김 여사 風文 2023.05.31 1559
169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1556
168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556
167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1556
166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1555
165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風文 2022.08.28 1555
164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554
163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554
162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550
161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1550
160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1549
159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54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