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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신 내외빈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며칠 전 참석한 행사에서 사회자가 한 말이다. 흠 잡을 데 없는 인사말 같지만 두 군데나 잘못이 있다.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무작정 따라 하다 보니 잘못된 표현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와중’의 ‘와(渦)’는 ‘소용돌이’를 뜻한다. 소용돌이는 물이 빙빙 돌면서 흐르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비유적으로는 힘이나 사상, 감정 따위가 요란스럽게 뒤엉킨 상황을 나타낸다. 여기서 나온 ‘와중에’라는 말은 일이나 사건 따위가 복잡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할 때 쓴다. 국어사전에는 ‘많은 사람이 전란의 와중에 가족을 잃었다.’는 문장이 전형적인 용례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와중에’라는 말은 전란이나 산불, 홍수 같이 큰일이 나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뒤엉킨 상황에 적합한 말이다.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조금 분주한 상황에서는 ‘와중에’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위의 인사말은 그냥 ‘바쁘신 중에’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내외빈’도 한자를 잘못 유추해서 만들어 낸 말이다. 안팎에서 오신 손님들을 아울러 이르는 ‘내외빈’이란 단어는 우리말에 없다. ‘내빈’은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 받아 온 손님’을 뜻하는 말로, 한자로는 ‘올 래(來)’ 자를 쓴다. 이것을 ‘안 내(內)’ 자로 오해해서 ‘내외빈’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외빈’이란 말은 있지만 이것은 외부에서 온 손님, 특히 외국에서 온 손님을 특별히 이르는 말이다. 손님은 대개 외부에서 오게 마련이므로 내부 손님만을 따로 가리키는 ‘내빈’이라는 말은 없다. 오신 손님들을 모두 아우르는 ‘내빈(來賓)’을 사용해서 ‘내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하면 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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