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4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신 내외빈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며칠 전 참석한 행사에서 사회자가 한 말이다. 흠 잡을 데 없는 인사말 같지만 두 군데나 잘못이 있다.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무작정 따라 하다 보니 잘못된 표현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와중’의 ‘와(渦)’는 ‘소용돌이’를 뜻한다. 소용돌이는 물이 빙빙 돌면서 흐르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비유적으로는 힘이나 사상, 감정 따위가 요란스럽게 뒤엉킨 상황을 나타낸다. 여기서 나온 ‘와중에’라는 말은 일이나 사건 따위가 복잡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할 때 쓴다. 국어사전에는 ‘많은 사람이 전란의 와중에 가족을 잃었다.’는 문장이 전형적인 용례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와중에’라는 말은 전란이나 산불, 홍수 같이 큰일이 나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뒤엉킨 상황에 적합한 말이다.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조금 분주한 상황에서는 ‘와중에’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위의 인사말은 그냥 ‘바쁘신 중에’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내외빈’도 한자를 잘못 유추해서 만들어 낸 말이다. 안팎에서 오신 손님들을 아울러 이르는 ‘내외빈’이란 단어는 우리말에 없다. ‘내빈’은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 받아 온 손님’을 뜻하는 말로, 한자로는 ‘올 래(來)’ 자를 쓴다. 이것을 ‘안 내(內)’ 자로 오해해서 ‘내외빈’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외빈’이란 말은 있지만 이것은 외부에서 온 손님, 특히 외국에서 온 손님을 특별히 이르는 말이다. 손님은 대개 외부에서 오게 마련이므로 내부 손님만을 따로 가리키는 ‘내빈’이라는 말은 없다. 오신 손님들을 모두 아우르는 ‘내빈(來賓)’을 사용해서 ‘내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하면 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62214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359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1043 

    ‘수놈’과 ‘숫놈’

  5.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1048 

    서거, 별세, 타계

  6.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1059 

    악담의 악순환

  7. No Image 06Sep
    by 風文
    2021/09/06 by 風文
    Views 1061 

    딱 그 한마디

  8.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1090 

    재판받는 한글

  9.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1130 

    대명사의 탈출

  10. No Image 06Sep
    by 風文
    2021/09/06 by 風文
    Views 1132 

    치욕의 언어

  11. No Image 01May
    by 風文
    2020/05/01 by 風文
    Views 1143 

    배뱅잇굿

  12.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1146 

    '미망인'이란 말

  13. No Image 10Sep
    by 風文
    2022/09/10 by 風文
    Views 1186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14.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1193 

    비판과 막말

  15. No Image 03May
    by 風文
    2020/05/03 by 風文
    Views 1196 

    뒷담화

  16. No Image 18Sep
    by 風文
    2022/09/18 by 風文
    Views 1221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17. No Image 17Sep
    by 風文
    2022/09/17 by 風文
    Views 1226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18. No Image 19Sep
    by 風文
    2022/09/19 by 風文
    Views 1236 

    거짓말, 말, 아닌 글자

  19. No Image 20May
    by 관리자
    2022/05/20 by 관리자
    Views 1242 

    귀순과 의거

  20. No Image 09Oct
    by 風文
    2022/10/09 by 風文
    Views 1246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21.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1256 

    편한 마음으로

  22. No Image 20Apr
    by 風文
    2023/04/20 by 風文
    Views 1265 

    막냇동생

  23.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1273 

    외국어 선택하기

  24. No Image 24Nov
    by 風文
    2023/11/24 by 風文
    Views 1294 

    내색

  25. No Image 06Oct
    by 風文
    2022/10/06 by 風文
    Views 1295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