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9 16:54

뒤치다꺼리

조회 수 13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뒤치다꺼리

대학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막바지다. 작년 이맘때 고3엄마로 초조하고 정신 없이 보내던 날들이 떠오른다. 수험생을 둔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부모의 자식 뒤치다꺼리는 도대체 언제까지일까? 유독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헌신은 끝이 없어 보인다.

뒤에서 일을 보살펴 도와주는 일을 ‘뒤치다꺼리’라고 한다. 그런데 ‘뒷치닥거리’ 혹은 ‘뒤치닥거리’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뒤치다꺼리’는 명사 ‘뒤’와 ‘치다꺼리’가 합하여 생긴 말로 ‘치다꺼리’는 어떤 일을 치러 내는 것, 혹은 남의 자잘한 일을 보살펴 주는 일을 말한다. ‘치다꺼리’가 거센소리로 시작하기 때문에 ‘뒤’에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고 ‘뒤치다꺼리’가 되는 것이다. ‘뒤치닥’과 ‘거리’가 합하여 ‘뒤치닥거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뒤치닥’이란 단어는 사전에 없다.

‘-거리’와 ‘-꺼리’는 헷갈리기 쉽다. 하지만 ‘꺼리’는 한 낱말이 아니다. ‘거리’는 의존명사로 국거리, 반찬거리, 자랑거리, 얘깃거리, 고민거리, 마실 거리 등 ‘어떤 내용이 될 만한 재료’라는 뜻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또한 ‘한나절 거리(한나절 동안 해낼만한 일)’ ‘한 시간 거리(한 시간 동안 해낼만한 일)’처럼 시간 뒤에 쓰이거나 ‘한입 거리(한입에 처리할만한 것)’ ‘한주먹 거리(한주먹에 처리할만한 것)’처럼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쓰이기도 한다. 이 경우 모두 ‘꺼리’로 발음되기 때문에 혼동이 오기 쉽다.

굿을 뜻하는 ‘푸닥거리’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푸닥거리’는 ‘푸닥+거리’가 아니다. ‘푸닥’이란 말은 없다. ‘치다꺼리’와 마찬가지로 ‘푸닥거리’ 자체가 한 단어이다. 단어의 형태가 비슷하지만 하나는 ‘꺼리’이고 하나는 ‘거리’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2879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9440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4415
    read more
  4. “사겨라” “바꼈어요”

    Date2024.05.31 By風文 Views30
    Read More
  5. “산따” “고기떡” “왈렌끼”

    Date2024.05.31 By風文 Views56
    Read More
  6.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Date2024.05.29 By風文 Views58
    Read More
  7. 어이없다

    Date2024.05.29 By風文 Views93
    Read More
  8.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Date2024.05.10 By風文 Views576
    Read More
  9.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Date2024.05.10 By風文 Views629
    Read More
  10. ‘수놈’과 ‘숫놈’

    Date2024.05.08 By風文 Views670
    Read More
  11. 말의 권모술수

    Date2021.10.13 By風文 Views727
    Read More
  12. 잡담의 가치

    Date2021.09.03 By風文 Views732
    Read More
  13. 서거, 별세, 타계

    Date2024.05.08 By風文 Views734
    Read More
  14. 또 다른 공용어

    Date2021.09.07 By風文 Views755
    Read More
  15. 법률과 애국

    Date2021.09.10 By風文 Views770
    Read More
  16. 무제한 발언권

    Date2021.09.14 By風文 Views782
    Read More
  17. 공공 재산, 전화

    Date2021.10.08 By風文 Views782
    Read More
  18. 군인의 말투

    Date2021.09.14 By風文 Views792
    Read More
  19. 정치인들의 말

    Date2021.10.08 By風文 Views792
    Read More
  20. 언어적 주도력

    Date2021.09.13 By風文 Views793
    Read More
  21. 아무 - 누구

    Date2020.05.05 By風文 Views817
    Read More
  22. 악담의 악순환

    Date2021.09.13 By風文 Views840
    Read More
  23. 상투적인 반성

    Date2021.10.10 By風文 Views844
    Read More
  24. 또 다른 이름

    Date2021.09.05 By風文 Views846
    Read More
  25. 어버이들

    Date2021.10.10 By風文 Views87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