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과 ‘몇 일’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라고 할 때 ‘며칠’ 대신 ‘몇 일’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며칠’이 맞는 표기라고 하면 ‘몇 년’이나 ‘몇 월’처럼 ‘몇’에 ‘일’이 결합한 것이니 ‘몇 일’로 적는 게 옳지 않겠느냐고 되묻곤 한다.

그러나 ‘며칠’은 ‘몇’에 ‘일’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이 말의 발음이 ‘며딜’이 아니라 ‘며칠’이기 때문이다. ‘몇 월’, ‘몇 억’ 등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며춸, 며척’이 아니라 ‘며둴, 며덕’으로 발음된다.

우리말에서는 종성에 ‘ㅅ, ㅈ, ㅊ, ㅌ’ 등의 소리가 날 수 없어 대표음인 ‘ㄷ’으로 중화되는 현상이 있다. 이에 따라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명사가 오면, 받침의 ‘ㅊ’이 ‘ㄷ’으로 소리가 변한 뒤 이 ‘ㄷ’이 다음 음절의 첫 소리로 연음되어 ‘며둴’, ‘며덕’으로 소리가 나게 된다. 이는 ‘옷+안’, ‘낱+알’과 같은 말이 ‘오산’, ‘나탈’이 아니라 ‘오단’, ‘나달’로 소리 나는 것과 같은 음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것은 ‘몇’에 ‘을’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로 추측한다. ‘을’은 ‘일(日)’을 뜻하는 고유어인데, ‘사흘, 나흘, 열흘’ 같은 말에 남아 있다. ‘몇’에 ‘을’이 결합하여 ‘며츨’이 되었다가 모음 ‘으’가 ‘이’로 바뀌어 ‘며칠’이 된 것이다. 실제로 옛 문헌에 ‘며츨, 몃츨’ 같은 표기가 있어 이런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며칠’은 ‘그 달의 몇 째 되는 날’과 ‘몇 날 (동안)’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두 의미를 구분하여 ‘몇 일’과 ‘며칠’로 구분해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두 경우 모두 ‘며칠’로 소리 나므로 둘 다 ‘며칠’로 적는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1883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3374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851 

    어버이들

  5.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851 

    고령화와 언어

  6.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855 

    언어 경찰

  7.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878 

    재판받는 한글

  8.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891 

    '미망인'이란 말

  9. No Image 06Sep
    by 風文
    2021/09/06 by 風文
    Views 901 

    딱 그 한마디

  10. No Image 06Sep
    by 風文
    2021/09/06 by 風文
    Views 945 

    치욕의 언어

  11.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967 

    편한 마음으로

  12. No Image 17Sep
    by 風文
    2022/09/17 by 風文
    Views 969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13. No Image 01May
    by 風文
    2020/05/01 by 風文
    Views 972 

    배뱅잇굿

  14. No Image 10Sep
    by 風文
    2022/09/10 by 風文
    Views 983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15. No Image 09Oct
    by 風文
    2022/10/09 by 風文
    Views 983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16.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1000 

    대명사의 탈출

  17. No Image 20May
    by 관리자
    2022/05/20 by 관리자
    Views 1013 

    귀순과 의거

  18. No Image 19Sep
    by 風文
    2022/09/19 by 風文
    Views 1019 

    거짓말, 말, 아닌 글자

  19.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1022 

    비판과 막말

  20. No Image 20Apr
    by 風文
    2023/04/20 by 風文
    Views 1031 

    막냇동생

  21.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1034 

    외국어 선택하기

  22. No Image 06Oct
    by 風文
    2022/10/06 by 風文
    Views 1034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23. No Image 18Sep
    by 風文
    2022/09/18 by 風文
    Views 1042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24. No Image 24Nov
    by 風文
    2023/11/24 by 風文
    Views 1055 

    내색

  25. No Image 03May
    by 風文
    2020/05/03 by 風文
    Views 1056 

    뒷담화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