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8 15:05

한소끔과 한 움큼

조회 수 137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소끔과 한 움큼

신혼 시절, 찌개라도 한번 끓이려면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너 댓 번은 했다. “뭉근하게 오래 끓여야 맛이 우러난다.” “그건 팔팔 끓여야 되는 거야.” “한소금 끓으면 바로 건져내.” 불 조절이 요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때 다른 건 알겠는데 ‘한소금’이 얼마만큼인지는 정확하게 감이 오질 않았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거품이 한번 부르르 올라올 때까지’가 ‘한소금’이란다. 그런데 ‘한소금’을 사전에 찾으니 나오지 않는다. ‘한소쿰’ 혹은 ‘한소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소끔’이 표준어다.

‘한소끔’은 ‘한번 끓어오르는 모양’을 말한다. 조리법에서는 ‘새로운 재료를 넣은 뒤에 그 재료가 다시 한 번 끓을 정도의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밥이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야 한다’와 같이 쓸 수 있다. ‘한소끔’은 또 ‘일정한 정도로 한차례 진행되는 모양’이라는 뜻도 있다. ‘한소끔 잤다’라고 하면 ‘한숨 잤다’는 뜻이 된다. ‘한소끔 되게 앓았다’고 하면 ‘한차례 심하게 아팠다’는 뜻이다.

‘한 움큼’이라는 말도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이다. ‘움큼’의 발음이 쉽지 않기 때문인지 ‘웅큼’이라고 쓰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움큼’은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아이가 과자를 한 움큼 집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근거는 없지만 ‘움켜쥘 만큼’이 줄어서 ‘움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말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단어를 소리 내는 것만으로 신기하게도 모양이나 소리, 느낌까지 그대로 연상이 될 때다. ‘한소끔’과 ‘한 움큼’도 나에게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70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22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214
48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1081
4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1080
46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1074
4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1070
44 뒷담화 風文 2020.05.03 1050
43 내색 風文 2023.11.24 1047
42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042
41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033
40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026
39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024
38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020
37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012
36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004
35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998
34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980
33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976
32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972
31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967
30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966
29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940
28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900
27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89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