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0 10:22

‘가오’와 ‘간지’

조회 수 12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오’와 ‘간지’

최근 베테랑 형사와 안하무인이며 후안무치인 재벌 3세의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를 봤다. 그런데 영화 한 장면에서 형사가 ‘가오’란 말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써서 많은 관객을 웃겼다. ‘가오’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여와 쓰이기 시작한 말로, 일본어 ‘가오(かおㆍ顔)’에서 유래한다. 광복 이후 이 말을 ‘얼굴’ 또는 ‘체면’으로 순화해 쓰도록 했고, 그 결과 공적인 언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사적인 언어 상황에서는 여전히 ‘가오’가 널리 쓰이고 있다. 주로 ‘가오(가) 서다’, ‘가오(를) 잡다’ 등의 형식으로 쓰인다. 이때의 ‘가오’는 ‘얼굴’ 또는 ‘체면’과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사람들 대부분은 이 말을 ‘허세’, ‘개폼’ 등의 의미에 더 가까운 비속어로 인식한다.

‘가오’처럼 사적인 언어 상황에서 널리 쓰이는 일본어로 ‘간지’를 하나 더 들 수 있다. ‘간지(かんじㆍ感じ)’ 또한 일제 강점기 때부터 쓰이기 시작한 일본어로, 광복 이후 ‘느낌’으로 순화해 쓰도록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방송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간지 스타일’, ‘간지 아이템’ 등이나 ‘간지(가) 나다’의 형식으로 ‘간지’가 부활(?)하여 등으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간지’가 ‘느낌’보다 더 그럴듯한 의미를 갖는 말로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때부터 쓰이기 시작한 일본어 잔재의 대부분은 현재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몇몇 일본어는 사적인 언어 상황에서 우리말로 둔갑하여 여전히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널리 쓰이다 보니 우리말보다 더 친숙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 광복절을 맞아 일상적으로 쓰는 말 가운데 일본어 잔재가 남아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보면 좋겠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890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0292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데’와 ‘-대’, 정확한 표현

  5. No Image 10Jan
    by 바람의종
    2010/01/10 by 바람의종
    Views 10219 

    ‘-데’와 ‘-대’의 구별

  6. No Image 04Sep
    by 바람의종
    2008/09/04 by 바람의종
    Views 5156 

    ‘-도록 하다’

  7. No Image 17Mar
    by 바람의종
    2010/03/17 by 바람의종
    Views 12246 

    ‘-든지’는 선택,‘-던지’는 회상

  8. No Image 18Jan
    by 바람의종
    2010/01/18 by 바람의종
    Views 8423 

    ‘-빼기’가 붙는 말

  9. No Image 07May
    by 바람의종
    2010/05/07 by 바람의종
    Views 10792 

    ‘-어하다’

  10. No Image 18Apr
    by 바람의종
    2010/04/18 by 바람의종
    Views 13110 

    ‘-율’과 ‘-률’

  11. No Image 11Aug
    by 바람의종
    2010/08/11 by 바람의종
    Views 10027 

    ‘-이’와 ‘-히’의 구별

  12. No Image 26Jan
    by 바람의종
    2010/01/26 by 바람의종
    Views 8672 

    ‘-째’와 ‘채’

  13. No Image 30Mar
    by 바람의종
    2010/03/30 by 바람의종
    Views 12390 

    ‘100만여원’과 ‘100여만원’

  14. No Image 03Mar
    by 바람의종
    2010/03/03 by 바람의종
    Views 11189 

    ‘Mac-,Mc-’의 한글 표기

  15.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450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16. No Image 29May
    by 風文
    2024/05/29 by 風文
    Views 34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17. No Image 12Oct
    by 風文
    2022/10/12 by 風文
    Views 1420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18. No Image 29Dec
    by 風文
    2023/12/29 by 風文
    Views 1209 

    ‘~스런’

  19. No Image 22Jun
    by 風文
    2020/06/22 by 風文
    Views 1868 

    ‘○○○ 의원입니다’ / ‘영업시운전’

  20. No Image 17May
    by 바람의종
    2010/05/17 by 바람의종
    Views 12605 

    ‘ㄱ’과 ‘ㅂ’ 뒤의 된소리

  21. No Image 26Jul
    by 바람의종
    2010/07/26 by 바람의종
    Views 10548 

    ‘ㄹ’의 탈락

  22. No Image 12May
    by 바람의종
    2010/05/12 by 바람의종
    Views 13652 

    ‘가녁’과 ‘쏘다’

  23. No Image 09Jul
    by 바람의종
    2010/07/09 by 바람의종
    Views 14538 

    ‘가로뜨다’와 ‘소행’

  24. No Image 20Nov
    by 風文
    2023/11/20 by 風文
    Views 1232 

    ‘가오’와 ‘간지’

  25. No Image 20Jun
    by 바람의종
    2010/06/20 by 바람의종
    Views 13319 

    ‘강시울’과 ‘뒤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