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09 16:54

산막이 옛길

조회 수 7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산막이 옛길

내 고향은 충북 괴산으로, 수려한 자연 경관을 빼곤 딱히 더 내세울 게 없는 곳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화양계곡, 선유동계곡, 쌍곡계곡 등이 여름휴가 장소로 이름을 얻기 시작하면서 여름철엔 외지인으로 북적북적해졌다. 얼마 전부터는 ‘산막이 옛길’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산막이 옛길’은 산막이 마을로 가는 총 10리의 옛길을 이르는데, 괴산군에서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복원해 놓은 산책길이다.

산책길로는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 제천의 ‘자드락길’, 강릉의 ‘바우길’ 등이 유명하다. 최근 올레길, 둘레길, 자드락길, 바우길 등으로 산책을 떠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그렇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색 있는 산책길을 개발하여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그런데 산책길의 이름 대부분은 고유어나 그 지역의 방언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둘레길’의 ‘둘레’는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를 뜻하는 고유어이고, ‘자드락길’의 ‘자드락’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반면 ‘올레길’의 ‘올레’는 ‘골목’의 제주도 방언이고, ‘바우길’의 ‘바우’는 ‘바위’의 강원도 방언이다. ‘산막이 옛길’의 ‘산막이’는 ‘산(이) 막다’에서 파생된 말이므로 고유어로 볼 수 있다.

산책길의 이름으로 고유어나 방언이 활용되는 건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상품, 가게, 아파트 등의 이름 짓기에서는 외래어나 외국어가 더 널리 활용되기 때문이다. 많은 산책길이 특정 지역의 관광 명소로 개발된 데 말미암은 것이리라!

여하튼 고유어가 제한적이나마 대접을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어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이 좀 더 확대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61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06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174
3388 "잘"과 "못"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8.27 23464
3387 쌓인, 싸인 바람의종 2008.12.27 23040
3386 ‘넓다´와 ‘밟다´의 발음 바람의종 2010.08.15 22583
3385 꺼예요, 꺼에요, 거예요, 거에요 바람의종 2010.07.12 22528
3384 저 버리다, 져 버리다, 처 버리다 쳐 버리다 바람의종 2009.03.24 22118
3383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바람의종 2007.07.24 22057
3382 뜻뜨미지근하다 / 뜨듯미지근하다 바람의종 2010.11.11 22006
3381 못미처, 못미쳐, 못 미처, 못 미쳐 바람의종 2010.10.18 21996
3380 상봉, 조우, 해후 바람의종 2012.12.17 21903
3379 색깔이름 바람의종 2008.01.29 21681
3378 썰매를 지치다 바람의종 2012.12.05 21468
3377 달디달다, 다디달다 바람의종 2012.12.05 21308
3376 땜빵 바람의종 2009.11.29 21290
3375 부딪치다, 부딪히다, 부닥치다 바람의종 2008.10.24 21189
3374 통음 바람의종 2012.12.21 21155
3373 지지배, 기지배, 기집애, 계집애, 임마, 인마 바람의종 2011.12.22 21059
3372 내 자신, 제 자신, 저 자신, 너 자신, 네 자신 바람의종 2010.04.26 20944
3371 두루 흐린 온누리 바람의종 2013.01.04 20940
3370 서식지, 군락지, 군집, 자생지 바람의종 2012.11.30 20847
3369 괴발개발(개발새발) 風磬 2006.09.14 20845
3368 나무랬다, 나무랐다 / 바람, 바램 바람의종 2012.08.23 20793
3367 명-태 바람의종 2012.11.23 207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