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5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 부인’이 돼 달라고?

‘혼인하여 남자의 짝이 되는 여자’, 즉 ‘아내’를 이르는 말에는 ‘안사람, 집사람, 처, 마누라, 부인’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가리키는 대상은 같지만 쓰임새가 조금씩 다르다.

‘아내’는 특별히 낮추거나 높이는 뜻이 없어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말이다. ‘처’는 20여년 전만 해도 흔히 쓰는 말이었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팔순이 넘은 어느 노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이미 1960년대에도 ‘처’는 ‘머리를 쪽 찌고 치마저고리 입은’ 구식 아내를 연상케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아내를 ‘제 처’라고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점잖고 예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안사람, 집사람’은 아내를 남 앞에서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지만 아내의 역할이나 활동 공간을 집안에만 한정하는 듯하여 마땅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누라’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적어도 중년 이상의 아내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에는 상대를 약간 낮잡는 느낌이 있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자기 아내를 허물없이 가리킬 때 ‘마누라’를 흔히 쓴다.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에 따라 정답게 들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내를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가려 쓰는 게 좋겠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나이든 아내를 함부로 대했다간 노후가 편치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므로 자기 아내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 우리말에서는 나와 가까운 사람을 남 앞에서 높이지 않는 것이 올바른 언어 예절이다. 아내를 존중해 주는 것은 좋지만 ‘우리 부인’ ‘내 부인’ 등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청혼가’라는 가요의 노랫말에 ‘네가 나의 부인이 돼줬으면 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 ‘나의 부인’도 ‘나의 아내’로 해야 맞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62304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8946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23676
    read more
  4. 부사, 문득

    Date2023.11.16 By風文 Views1305
    Read More
  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Date2022.02.13 By관리자 Views1307
    Read More
  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Date2021.10.31 By風文 Views1320
    Read More
  7. 옹알이

    Date2021.09.03 By風文 Views1322
    Read More
  8.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Date2022.08.16 By風文 Views1324
    Read More
  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Date2022.05.23 By風文 Views1326
    Read More
  10. 편견의 어휘

    Date2021.09.15 By風文 Views1327
    Read More
  11.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Date2022.08.15 By風文 Views1332
    Read More
  12. 영어 절대평가

    Date2022.05.17 By風文 Views1334
    Read More
  13. 여보세요?

    Date2023.12.22 By風文 Views1335
    Read More
  14. 댄싱 나인 시즌 스리

    Date2023.04.21 By風文 Views1337
    Read More
  15. 언어와 인권

    Date2021.10.28 By風文 Views1339
    Read More
  1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Date2022.02.10 By風文 Views1347
    Read More
  17. 교정, 교열 / 전공의

    Date2020.05.27 By風文 Views1348
    Read More
  18.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Date2022.05.16 By風文 Views1352
    Read More
  19. 24시 / 지지지난

    Date2020.05.16 By風文 Views1355
    Read More
  20.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Date2022.06.27 By風文 Views1357
    Read More
  21.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Date2022.08.04 By風文 Views1359
    Read More
  22. 꼬까울새 / 해독, 치유

    Date2020.05.25 By風文 Views1361
    Read More
  23.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Date2022.06.28 By風文 Views1363
    Read More
  24.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Date2022.09.21 By風文 Views1367
    Read More
  25. 말과 공감 능력

    Date2022.01.26 By風文 Views136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