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5.30 09:42

프로듀사

조회 수 13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프로듀사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는 것은 주말 저녁의 큰 기쁨이었다. 김수현의 매력에도 푹 빠졌지만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생활의 일부가 드라마로 나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익숙한 장소,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극중 배역, 아찔했던 방송 현장의 사고들. 그런데 왜 ‘프로듀서’가 아니고 ‘프로듀사’였을까?

방송의 연출, 제작을 책임지는 사람을 ‘프로듀서’라고 한다. ‘생산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 ‘produ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er’대신에 직업을 나타내는 우리말 접미사 ‘-사(士)’를 붙여 ‘프로듀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목을 살짝 비튼 데에는 프로듀서의 깊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흔히 끝에 ‘선비 사(士)’가 붙으면 직업을 나타내는 말이 된다. 변호사(辯護士), 건축사(建築士), 세무사(稅務士)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판사(判事), 검사(檢事)의 ‘사’는 ‘일 사(事)’이다. 교사(敎師), 의사(醫師)는 ‘스승 사(師)’를 쓴다. 명확하게 어떤 기준인지는 밝히기가 어렵다.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나오는 전문적인 직업에는 ‘-사(士)’가 붙는 경향이 있다. ‘변호’라는 말 뒤에 접미사 ‘사(士)’가 붙어 ‘변호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판사’ ‘검사’도 전문직임에 틀림없으나 변호사와 같은 파생어가 아니라 ‘판사’ ‘검사’가 원어로 하여 쓰여 온 말이다. ‘의사’ ‘교사’ 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아나운서들은 예전부터 스스로를 ‘언어운사(言語運士)’라 칭하며 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왔다. ‘프로듀사’ 후속작 ‘아나운사’를 기대해 보며….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55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408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9035
110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937
109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814
108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736
107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739
106 너무 風文 2023.04.24 1129
105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123
104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896
103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016
102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967
101 단골 風文 2023.05.22 1173
100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993
99 ‘이’와 ‘히’ 風文 2023.05.26 944
98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014
97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160
96 예민한 ‘분’ 風文 2023.05.29 963
» 프로듀사 風文 2023.05.30 1304
94 김 여사 風文 2023.05.31 954
93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962
92 이 자리를 빌려 風文 2023.06.06 1087
91 망신 風文 2023.06.09 1230
90 말 많은 거짓말쟁이 챗GPT, 침묵의 의미를 알까 風文 2023.06.14 1143
89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7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