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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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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람들은 이 세상에 우수한 언어와 열등한 언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것보다 열등해 보이는 언어를 멸시하거나 구박했다. 이른바 우월한 언어란 국제 관계 속에서 여러모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한 나라의 말이었다.

언어에서 이러한 ‘우월’과 ‘열등’ 분류 방식이 무너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오늘날은 언어의 질적인 우열은 없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는 뭔가 그럴듯한 언어와 보잘것없는 언어가 분명히 갈라져 있다. 곧 특정 언어에 대한 호오가 분명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언어의 우열이 아니라 이익의 문제이다. 어떤 언어가 더 이익이 나느냐의 문제라는 말이다. 개인에게 어떤 언어를 배울지 선택하게 하면 모두 더 유리한 하나의 언어만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보통 선호되는 외국어는 언어 시장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명품으로 인식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국어 시장은 영어가 독점하다시피 한다. 다양한 언어가 진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고객의 선택권 밖에 있다. 외국 서적을 파는 곳에서도 주로 영어 책만 보일 뿐 독일어나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로 된 책, 또 이웃의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책들도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우리의 지식과 정보에는 ‘쏠림’이 심각하다.

이런 심각한 중독 현상은 어떤 외국어를 배울 것인가를 시장의 흐름에 맡겨 버렸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부와 학계가 함께 고민해서 해결해야 한다. 각 개인의 선호 언어와 사회적으로 필요한 외국어를 조화롭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 세계에는 참으로 다양한 지식과 관점이 풍부하게 널려 있다. 모든 구성원이 이러한 것을 골고루 받아들여 함께 사회적인 지혜를 꽃피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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