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0 10:21

마그나 카르타

조회 수 12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그나 카르타

이 세상에는 기계를 다루거나 돈을 만지는 직업들도 많지만 ‘말’을 다루는 직업도 매우 많다. 말의 기능이 워낙에 다종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치와 종교가 언어 없이 활동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과 법률도 마찬가지이다. 더 나아가 작가와 언론매체 종사자들은 말을 다루거나, 말을 사용하거나, 말에 대해 고민하거나 하는 등, 한시도 말과 떨어져 있을 수 없는 직종에 속한다.

독재 권력은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선전과 홍보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와글거리는 말, 곧 ‘의견’과 ‘질문’은 질색한다. 그래서인지 과거 독재 정부 때는 똑 부러진 말을 많이 하는 정치인과 종교인들이 ‘수난’을 많이 당했다. 정치적 자유가 어느 정도 확보되자 교육자들과 법조인들이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매사에 끊임없이 ‘쟁점’을 찾아 정당함과 부당함을 논하려 했다. 역시 권력자들은 이들을 멀리하려 했다.

실무적으로 그리고 실존적으로 말을 다루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와 언론인들이다. 이들에게 말이나 글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한 숟가락의 밥도, 한 모금의 물도 허락하지 않는 폭력이다. 그동안 작가들에게는 권력에 의해 블랙리스트가 덧씌워졌으며, 대통령은 기자들을 기피했고,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일자리에서 쫓겨나거나 마이크를 빼앗기는 인사조치가 행해졌었다.

작가들의 글 쓸 권리를 방해한 블랙리스트 문제는 ‘재판’으로 결말을 내게 되었다. 그러나 방송사의 문제는 ‘파업’으로 승패를 결정짓게 되었다. 말과 글에 대한 권리를 ‘재판과 파업’으로 결말을 짓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정말 특기할 만한 일이다. 여기에서 승리했을 때 획득하게 될 권리는 곧 우리의 언어 사용권에 대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될 것이다. 자고로 허락받아 얻은 권리와 승리해 얻은 권리는 그 근본이 다른 법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3544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5152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1177 

    언어의 혁신

  5. No Image 08Jun
    by 風文
    2022/06/08 by 風文
    Views 1182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6. No Image 16May
    by 風文
    2022/05/16 by 風文
    Views 1184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7. No Image 21Jun
    by 風文
    2022/06/21 by 風文
    Views 1184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8. No Image 22Nov
    by 風文
    2023/11/22 by 風文
    Views 1184 

    몰래 요동치는 말

  9.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1186 

    언어와 인권

  10. No Image 25May
    by 風文
    2022/05/25 by 風文
    Views 1187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11. No Image 26Jun
    by 風文
    2022/06/26 by 風文
    Views 1191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12. No Image 04Aug
    by 風文
    2022/08/04 by 風文
    Views 1192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13. No Image 28Jun
    by 風文
    2022/06/28 by 風文
    Views 1193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14. No Image 12May
    by 風文
    2022/05/12 by 風文
    Views 119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15. No Image 22Aug
    by 風文
    2022/08/22 by 風文
    Views 1196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16. No Image 07Jun
    by 風文
    2022/06/07 by 風文
    Views 1197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17.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119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18. No Image 21Sep
    by 風文
    2022/09/21 by 風文
    Views 1197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19. No Image 30Aug
    by 風文
    2022/08/30 by 風文
    Views 1198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20. No Image 20Sep
    by 風文
    2022/09/20 by 風文
    Views 1198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21. No Image 30Oct
    by 風文
    2021/10/30 by 風文
    Views 1199 

    소통과 삐딱함

  22. No Image 07Jan
    by 風文
    2022/01/07 by 風文
    Views 1199 

    일고의 가치

  23. No Image 16Nov
    by 風文
    2023/11/16 by 風文
    Views 1199 

    쓰봉

  24. No Image 13Jul
    by 風文
    2022/07/13 by 風文
    Views 1200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25. No Image 31Oct
    by 風文
    2021/10/31 by 風文
    Views 1203 

    개헌을 한다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