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09 13:48

인종 구분

조회 수 12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종 구분

‘인종’이라는 단어는 사람의 종류를 구분해 보려고 만든 단어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어휘’이다. 사람을 제대로 분류해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숱한 혐오감과 고정관념을 만들어내어 많은 갈등과 분쟁의 씨앗만 뿌렸다. 그 판단 기준도 문화권에 따라 서로 다르다.

어떤 한국 여성이 독일 남성과 결혼하여 아기를 낳았다. 어머니 쪽 친척들은 그 아기의 눈이 푸른색인 것을 보고는 꼭 아빠를 닮았다고들 했다. 반면에 아빠 쪽 친척들은 아기의 광대뼈가 살짝 올라온 것을 보고는 엄마를 고대로 닮았다고들 했다. 서로 다른 부분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머지않아 겨울올림픽도 열린다고 하니 미리부터 걱정되는 바가 있다. 아마 훌륭한 기량을 보여서 메달을 딴 선수가 유럽계 여성일 경우에는 틀림없이 ‘푸른 눈의 미녀 선수’라는 말이 언론에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짐작이다. 종종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유럽계 수녀들한테도 ‘푸른 눈의 천사’라는 표현이 나타나곤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푸른 눈’이 ‘미인’이나 ‘천사’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이번 겨울올림픽에는 유난히도 한국 대표팀에 귀화 선수들이 많다. 따라서 언론 보도나 중계방송에서 예민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황당한 표현이 나올 가능성이 퍽 많다. 또 일부는 해외로 이주했던 이들의 자녀가 다시 고국에 귀화해서 출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너무 뜨거운 국수주의적 표현이 난무하는 곳이 경기장인데 무슨 말실수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피부색과 눈의 빛깔은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데 아무런 기준이 되지 못한다. 오로지 그런 말을 한 사람의 편견과 무지만 드러낼 뿐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3465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0090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5062
    read more
  4. 어떤 반성문

    Date2023.12.20 By風文 Views1210
    Read More
  5. 경평 축구, 말과 동작

    Date2022.06.01 By風文 Views1207
    Read More
  6. 군색한, 궁색한

    Date2023.11.21 By風文 Views1207
    Read More
  7. 개헌을 한다면

    Date2021.10.31 By風文 Views1203
    Read More
  8.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Date2022.07.13 By風文 Views1200
    Read More
  9. 일고의 가치

    Date2022.01.07 By風文 Views1199
    Read More
  10.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Date2022.07.26 By風文 Views1199
    Read More
  11.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Date2022.06.07 By風文 Views1197
    Read More
  12.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Date2022.09.21 By風文 Views1197
    Read More
  13.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Date2022.08.22 By風文 Views1196
    Read More
  1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Date2022.05.17 By風文 Views1195
    Read More
  15. 소통과 삐딱함

    Date2021.10.30 By風文 Views1194
    Read More
  1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Date2022.05.12 By風文 Views1194
    Read More
  17.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Date2022.09.20 By風文 Views1194
    Read More
  18. 쓰봉

    Date2023.11.16 By風文 Views1194
    Read More
  19.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Date2022.06.28 By風文 Views1193
    Read More
  20.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Date2022.08.04 By風文 Views1191
    Read More
  21.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Date2022.08.30 By風文 Views1190
    Read More
  22.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Date2022.05.25 By風文 Views1187
    Read More
  23.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Date2022.06.26 By風文 Views1186
    Read More
  24.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Date2022.06.21 By風文 Views1184
    Read More
  25.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Date2022.06.08 By風文 Views118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