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1 05:09

야민정음

조회 수 12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야민정음

어느 국회의원이 엄숙한 국정조사장에서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점잖지 못하다는 말을 피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긴장되고 지엄한 분위기일수록 아주 사소한 불균형이나 예상치 못했던 긴장 파괴로 웃음이 터지기 쉽다. 또한 말이란 것에는 엄숙한 용도도 있으나 우스개의 용도도 있다.

말로 하는 놀이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종종 글자로 장난치는 놀이도 있다. 주로 인터넷에서 ‘대한민국’을 ‘머한민국’으로 쓴다든지 하면서 모양이 비슷한 글자로 규범화된 언어가 가지고 있는 엄숙함을 희화화하는 것이다. 또 그 장난이 여러 공직자들이나 유명 인사들의 이름에까지 다다른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박ㄹ혜’라고 적는 것도 꽤 자주 눈에 뜨인다.

돌이켜보면 과거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도 ‘이띵박’, 김대중 대통령의 이름은 ‘김머중’으로 적어 놓는 짓궂은 일도 꽤 있었다. 대통령만 아니라 연예인 유재석씨도 ‘‘윾재석’으로 적어 놓으면 발음도 쉽지 않다. 야구 동호인들의 사이트에서 시작해서 ‘야민정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야구선수 강귀태씨도 ‘강커태’라는 야민정음으로 표기되기도 했다. 결국 야민정음은 공직자나 유명 인사들한테 대중이 농담을 걸거나 장난치는 모양새가 된 듯싶다. 일종의 ‘문자 오락’이 된 셈이다.

또 이런 장난을 보고 ‘한글 파괴’라고 노여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장난 가지고 무너지거나 망가질 한글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용도를 가지게 되면서 우리의 언어 문화의 통속적 저변을 더욱 넓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된다. 한글로 다양한 디자인 작품을 만드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런 자유분방한 의식에서 비롯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04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61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579
3282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1262
3281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1265
3280 정당의 이름 風文 2022.01.26 1267
3279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1267
3278 국가 사전을 다시?(2,3) 주인장 2022.10.21 1267
3277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268
3276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269
3275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269
3274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1270
3273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1271
3272 꼬까울새 / 해독, 치유 風文 2020.05.25 1272
3271 개념의 차이, 문화어 風文 2022.06.13 1272
3270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272
3269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275
3268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1275
3267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1277
3266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1277
3265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1278
» 야민정음 風文 2022.01.21 1281
3263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1282
3262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282
3261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128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