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10 18:04

'미망인'이란 말

조회 수 9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망인'이란 말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옛날보다는 꽤 평등해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여전히 눈에 띈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쓰는 어휘 속에도 배타적인 성적 구별을 노리는 뜻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먼저 죽어 홀로 남은 여성을 우리는 ‘미망인’이라고 부른다. 속되게 표현하는 과부니 과수댁이니 하는 말보다 매우 세련되고 다듬어진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라는 섬뜩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 뜻을 염두에 둔다면 가까운 사람들한테 쉽게 쓸 수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안 든다.

원래 이 말은 1인칭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남편을 여읜 여성이 ‘자기 스스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따라서 이 말은 남편을 잃은 여성이 남편을 어서 따라가고 싶다는 매우 감상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이것이 요즘은 별생각 없이 2인칭, 3인칭으로 쓰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가당치 않은 용법이다.

결론을 좀 급하게 말한다면 요즘은 배우자를 잃었을 때 받아들이게 되는 정신적인 아픔과 마음의 상처를 그리 극적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그 단어가 나타난 이삼천년 전의 중국에서는 배우자를 잃은 여성의 삶이란 정말 하늘이 무너진 것보다 더한 충격이었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일정한 애도가 끝나면 담담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더 상식적이고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겠는가?

애도 기간에 홀로된 배우자를 굳이 거명해야 한다면 “돌아가신 고 아무개의 부인 누구누구께서 …” 하는 식으로 풀어 말하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렇게 하면 반대로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뜬 경우에 홀로된 남편을 가리키기도 편하지 않을까 한다.

양성평등이라는 것은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제도의 개혁도 필요하고, 나아가 나도 모르게 내 마음에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말과의 투쟁도 필수적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79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40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394
70 고수레 風磬 2006.09.18 20657
69 들어눕다 / 드러눕다, 들어내다 / 드러내다 바람의종 2012.08.16 20753
68 잔떨림 윤안젤로 2013.03.18 20780
67 자웅을 겨루다 바람의종 2008.01.28 20819
66 명-태 바람의종 2012.11.23 20837
65 나무랬다, 나무랐다 / 바람, 바램 바람의종 2012.08.23 20946
64 서식지, 군락지, 군집, 자생지 바람의종 2012.11.30 21004
63 내 자신, 제 자신, 저 자신, 너 자신, 네 자신 바람의종 2010.04.26 21028
62 두루 흐린 온누리 바람의종 2013.01.04 21054
61 지지배, 기지배, 기집애, 계집애, 임마, 인마 바람의종 2011.12.22 21143
60 괴발개발(개발새발) 風磬 2006.09.14 21182
59 부딪치다, 부딪히다, 부닥치다 바람의종 2008.10.24 21302
58 통음 바람의종 2012.12.21 21334
57 땜빵 바람의종 2009.11.29 21388
56 달디달다, 다디달다 바람의종 2012.12.05 21430
55 썰매를 지치다 바람의종 2012.12.05 21619
54 색깔이름 바람의종 2008.01.29 21916
53 상봉, 조우, 해후 바람의종 2012.12.17 22049
52 뜻뜨미지근하다 / 뜨듯미지근하다 바람의종 2010.11.11 22092
51 못미처, 못미쳐, 못 미처, 못 미쳐 바람의종 2010.10.18 22100
50 저 버리다, 져 버리다, 처 버리다 쳐 버리다 바람의종 2009.03.24 22272
49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바람의종 2007.07.24 2258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