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07 23:05

또 다른 공용어

조회 수 6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또 다른 공용어

지난 연말,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하느니 마니 하던 순간에 우리 언어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 후다닥 지나갔다. ‘언어수화법’이 통과된 것이다. 수화란 말을 못 듣는 장애인들을 위해 손짓으로 대신하는 의사전달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언어와 그 체계와 기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것은 ‘언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비상수단’으로만 인식되었다. 교육하고 널리 보급해야 할 언어로 보지 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화를 ‘장애인 전용’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장애인에게도 수화는 매우 유용하다. 물리적으로 말을 할 수 없을 때, 방독면을 쓰고 있을 때, 침묵 속에서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물속에서 잠수나 자맥질을 할 때, 소리가 닿지 않는 먼 곳에 신호를 보낼 때, 또 반대로 너무 시끄러운 데서 말할 때 등은 수화 역시 하나의 자연언어로서 ‘기본적인 소통 수단’임을 재인식하게 된다.

수화가 이제 법적인 공용어가 됨으로써 우리는 ‘한국어’와 ‘한국수화언어(수어)’ 두 가지의 공용어를 지니게 되었다.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보면 그리 이르지도 않다. 이미 130여 개국에서 수화를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좀 더 정성 들인 제도가 뒷받침되었으면 한다.

수화는 이젠 국어 시간에, 혹은 이에 준하는 수업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수화 통역사도 더 양성해야 한다. 수화의 약점이 전화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다양한 화상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러한 영역에도 편의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하나의 공용어보다 두 개의 공용어를 가지려면 그만큼 더 바빠야 하고 더 부지런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소리로 내는 말을 듣지 못하는 27만여 이웃들이 더 나은 기회를 가지고 더 넉넉한 자기 몫을 차지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들에게 우리 모두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으면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7864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4332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9270
    read more
  4. 일고의 가치

    Date2022.01.07 By風文 Views807
    Read More
  5. 치욕의 언어

    Date2021.09.06 By風文 Views805
    Read More
  6.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Date2022.08.05 By風文 Views805
    Read More
  7.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Date2022.07.21 By風文 Views804
    Read More
  8. 쓰봉

    Date2023.11.16 By風文 Views804
    Read More
  9. 동무 생각, 마실 외교

    Date2022.06.14 By風文 Views802
    Read More
  10.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Date2022.06.20 By風文 Views802
    Read More
  11. 개헌을 한다면

    Date2021.10.31 By風文 Views798
    Read More
  12. 역사와 욕망

    Date2022.02.11 By風文 Views797
    Read More
  13.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Date2022.06.23 By風文 Views797
    Read More
  14.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Date2022.08.04 By風文 Views797
    Read More
  15. 인과와 편향, 같잖다

    Date2022.10.10 By風文 Views796
    Read More
  16. 말과 공감 능력

    Date2022.01.26 By風文 Views794
    Read More
  17.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Date2022.08.29 By風文 Views792
    Read More
  18.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Date2022.06.21 By風文 Views790
    Read More
  19. 올바른 명칭

    Date2022.01.09 By風文 Views789
    Read More
  20. '김'의 예언

    Date2023.04.13 By風文 Views787
    Read More
  21. 영어의 힘

    Date2022.05.12 By風文 Views786
    Read More
  22. 순직

    Date2022.02.01 By風文 Views784
    Read More
  23.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Date2022.09.01 By風文 Views782
    Read More
  2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Date2022.02.06 By風文 Views781
    Read More
  2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Date2021.10.31 By風文 Views78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