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5.05 11:48

아무 - 누구

조회 수 85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무-누구

보름 전 이 자리를 통해서 “섬뜩한 느낌 주는 ‘살인 진드기’라는 표현은 삼가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이후 ‘진드기’(ㅈ 일보, ㅊ 교수), ‘공포의 작명’(ㅈ 일보, ㅇ 논설위원) 등의 제목으로 비슷한 뜻을 담은 칼럼이 나왔다. 줄기는 같아도 풀어내는 방식은 달랐다. 동물생태학자와 기자답게 전공과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아 썼기 때문이다. 세상살이를 두고 ‘누구’라도 떠들 수 있지만 논리를 갖춰 매체에 글을 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엊그제 라디오에서 ‘기미, 주근깨 따위에 효과가 있다’는 치료제 광고가 나왔다. ‘(피부 고운) 공주는 아무나…’ 하는 대목에 언어 직관을 거스르는 내용이 있었다. ‘…아무나 될 수 없지만(이 치료제를 바르면 가능하다)’이 아닌 ‘(공주는) 아무나 될 수 있다’는 문장으로 끝난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방송”이란 금언에 익숙해서였을지 모른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책’처럼 유사한 보기가 많았으니까.

‘아무(어떤 사람을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르는 인칭 대명사)’는 일반적으로 ‘누구’와 뜻 차이가 없이 쓰인다. ‘나, 라도와 같은 조사와 함께 쓰일 때는 긍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기도 하는 게 ‘아무’이지만 ‘흔히 부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표준국어대사전)하기에 피부 치료제 광고가 낯설게 들린 것이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은) 피었다’를 두고 이틀을 고민하다 ‘꽃은 피었다’로 결론 내렸다. ‘-이’는 사실을 진술한 문장, ‘-은’은 주관적인 ‘그만이 아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술회했다. 같은 듯 비슷한 표현도 상황에 맞춰 제대로 쓰는 게 바른 말글살이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31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93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839
158 "못"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3.25 16576
157 모리배 바람의종 2007.07.02 16577
156 맞고요, 맞구요 風磬 2006.09.09 16588
155 가랭이 / 가랑이 바람의종 2010.08.05 16613
154 찧다 / 빻다 바람의종 2010.07.30 16617
153 시건 바람의종 2012.01.19 16631
152 못지않다, 못지 않다 / 마지않다, 마지 않다 바람의종 2009.03.25 16643
151 재다, 메우다, 메기다 바람의종 2010.04.25 16656
150 마가 끼다 바람의종 2008.01.05 16670
149 옷걸이 / 옷거리 / 옷맵시가 좋다 바람의종 2010.11.10 16710
148 이골이 나다 바람의종 2008.01.27 16729
147 알맞는, 알맞은 / 걸맞는, 걸맞은 바람의종 2012.09.11 16738
146 ~하는 듯 하다 / ~하는 듯하다 / ~하는듯하다 바람의종 2010.10.14 16762
145 받히다, 받치다, 밭치다 바람의종 2012.07.04 16834
144 놀라다 / 놀래다 바람의종 2010.07.26 16917
143 망둥어, 망둑어 / 간재미, 간자미 바람의종 2010.05.30 16927
142 나리 風磬 2006.10.10 16953
141 으뜸, 버금, 맞먹다, 필적하다 바람의종 2008.09.19 16982
140 성숙해지다, 주춤해지다, 팽배해지다, 만연해지다 바람의종 2010.11.26 16995
139 마다 않고, 아랑곳 않고 바람의종 2012.10.05 16998
138 좀체로, 의례적 바람의종 2008.12.15 17083
137 붙이다, 부치다 바람의종 2012.09.06 1710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