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04.19 13:51

새 학기 단상

조회 수 257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새 학기 단상

새 책, 학용품, 책가방, 연필깎이, 새 벗, 반 편성, 담임선생님…. ‘새 학기’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피디(PD)와 기자 몇 명에게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내 기억도 그랬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한 학기 동안 쓸 공책, 연필 따위를 사러 형제들과 함께 시내에 있는 큰 문구점에 가곤 했으니까. 책 크기에 맞춰 마름질한 알록달록 예쁜 포장지와 비닐로 국어책·지리부도 등을 싸며 맡았던 새 책 냄새, 사이좋은 벗들과 한 반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 피구 경기에서 진 우리들을 위로하다 눈물로 아쉬움을 털어냈던 선생님이 다시 우리 담임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 이런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려보니 새 학기를 맞던 때의 설렘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대학에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강의실은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망울로 밝게 빛났다. 강의 개요, 평가 방법, 과제에 대한 설명 가운데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는 대목은 ‘평가 기준’이다. 학점은 이른바 ‘스펙’의 기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열심히 공부해도 누구는 ‘에이뿔’(A+)을 받고 어떤 이는 최저 학점을 받아야 하는 상대평가 과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모인 대학 강의실에서도 ‘공부 더 잘하는 학생’을 가려야 하는 것이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다.(표준국어대사전) 사전 뜻풀이 아래 예문을 보니 ‘공부를 잘하다(못하다)’는 표현이 편치 않게 다가온다. 놀랄 만한 보람을 얻은 학생에게 부득이 낮은 점수를 줘야 하는 일을 겪은 뒤부터의 일이다. 공부 잘해도 성적(학생들이 배운 지식, 기능, 태도 따위를 평가한 결과)이 낮은 학생은 있기 마련이다. 수학은 못해도 국어를 잘하는 학생, 과학 점수는 낮아도 음악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두고 뭉뚱그려 ‘공부 못한다’ 하는 것은 그래서 내키지 않는다. 앞으로 ‘공부 못한다’ 할 자리에 ‘성적이 안 좋다’ 하는 게 어떨까.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9186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5733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0633
    read more
  4. 풋 / ‘열’(10) ①, ‘열’(10) ②

    Date2020.05.10 By風文 Views1647
    Read More
  5. 백열 / 풋닭곰

    Date2020.05.09 By風文 Views1510
    Read More
  6. 표준발음, 구명동의

    Date2020.05.08 By風文 Views1539
    Read More
  7. 위탁모, 땅거미

    Date2020.05.07 By風文 Views1476
    Read More
  8. ‘엘씨디로’ / 각출-갹출

    Date2020.05.06 By風文 Views1866
    Read More
  9. 아무 - 누구

    Date2020.05.05 By風文 Views661
    Read More
  10. 뒷담화

    Date2020.05.03 By風文 Views926
    Read More
  11. 살인 진드기

    Date2020.05.02 By風文 Views1288
    Read More
  12. 배뱅잇굿

    Date2020.05.01 By風文 Views836
    Read More
  13. 지슬

    Date2020.04.29 By風文 Views1307
    Read More
  14. 벌금 50위안

    Date2020.04.28 By風文 Views1311
    Read More
  15. 간판 문맹

    Date2014.12.30 By風文 Views24207
    Read More
  16. 레스쿨제라블, 나발질

    Date2014.12.29 By風文 Views24053
    Read More
  17. 휘거

    Date2014.12.05 By風文 Views24683
    Read More
  18. CCTV

    Date2013.05.13 By윤안젤로 Views27701
    Read More
  19. 새 학기 단상

    Date2013.04.19 By윤안젤로 Views25749
    Read More
  20. 나, 본인, 저

    Date2013.04.03 By윤안젤로 Views24053
    Read More
  21.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Date2013.03.28 By윤안젤로 Views19629
    Read More
  22. 봄날은 온다

    Date2013.03.27 By윤안젤로 Views19715
    Read More
  23. 잔떨림

    Date2013.03.18 By윤안젤로 Views2058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