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12.10 10:38

박물관은 살아있다 2

조회 수 23748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박물관은 살아 있다 2

대설인 오늘 우리나라는 서해에서 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눈이 올 것이라 한다. 세상은 이미 엊그제 내린 눈으로 반짝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한겨울이지만 지구 건너편 남반구의 브라질은 영상 30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이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날아온 기사 한 줄이 눈길을 끈다. “내년 2월에 펼쳐질 ‘리우 카니발’에 호랑이 로봇상과 ‘반가사유상’이 앉아 있는 초대형 무대 차량이 선보일 것”(ㅈ일보)이란 내용이었다.

‘반가사유상’은 반가부좌의 준말인 ‘반가’(半跏)와 생각하는 불상이라는 뜻의 ‘사유상’(思惟像)을 합친 말로 이런 모습의 불상은 현재 우리나라에 38구(軀)가 전해지며 그중에 금동으로 만든 것은 24구가 남아 있다 한다.(위키백과)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이름을 풀어보면 재질(금동)과 주인공(미륵보살), 형태(반가사유)를 알 수 있다. 유물의 이름으로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유물의 이름이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처럼 어려운 한자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박물관에서 만난 이 유물에는 ‘물가풍경무늬 정병’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상감기법의 하나인 ‘은입사’로 만든 ‘포류수금’(창포·버드나무 따위의 물가 식물과 물오리·기러기가 어우러진 물가 풍경) 무늬의 ‘정병’(물병)이니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셈이다. 이것만 그런 게 아니었다. ‘수뉴문병’(垂紐文甁)은 ‘끈무늬 병’으로, ‘주자’(注子)는 ‘주전자’로, ‘미원계회도’(薇垣契會圖)는 ‘사간원 관리들의 친목 모임’처럼 쉬운 이름으로 바뀌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5년 시월 용산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전시용어 개선작업’을 한 덕분”이라는 게 박물관 쪽의 얘기이다. 어려운 한자어 속에 갇혀 있던 유물의 본색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낸 덕에 자칫 퀴퀴해질 수 있는 박물관이 우리 곁에 살아있는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8947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040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10/05/31 by 바람의종
    Views 27395 

    단추를 꿰다, 끼우다, 채우다

  5. No Image 18Oct
    by 바람의종
    2010/10/18 by 바람의종
    Views 26923 

    본때없다, 본데없다, 본떼없다, 본대없다

  6. No Image 08May
    by 바람의종
    2010/05/08 by 바람의종
    Views 26684 

    부화가 치밀다, 부아가 치밀다 / 화병, 홧병

  7. No Image 04Dec
    by 바람의종
    2012/12/04 by 바람의종
    Views 26048 

    자처하다, 자청하다

  8. No Image 11Dec
    by 바람의종
    2012/12/11 by 바람의종
    Views 25766 

    자잘못을 가리다

  9. No Image 04Sep
    by 윤영환
    2006/09/04 by 윤영환
    Views 25761 

    한글 맞춤법 강의 - 박기완

  10. No Image 19Apr
    by 윤안젤로
    2013/04/19 by 윤안젤로
    Views 25739 

    새 학기 단상

  11.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9/09/18 by 바람의종
    Views 25380 

    '받다' 띄어쓰기

  12.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10/06/01 by 바람의종
    Views 25183 

    모자르다, 모자라다, 모잘라, 모자른, 모잘른

  13. No Image 19Feb
    by 바람의종
    2008/02/19 by 바람의종
    Views 24811 

    차단스

  14. No Image 05Dec
    by 風文
    2014/12/05 by 風文
    Views 24672 

    휘거

  15. No Image 29Feb
    by 바람의종
    2008/02/29 by 바람의종
    Views 24425 

    오살할 놈

  16. No Image 16Jun
    by 바람의종
    2010/06/16 by 바람의종
    Views 24250 

    암닭, 암탉 / 닭 벼슬

  17. No Image 30Dec
    by 風文
    2014/12/30 by 風文
    Views 24201 

    간판 문맹

  18. No Image 23Nov
    by 바람의종
    2012/11/23 by 바람의종
    Views 24133 

    맞벌이, 외벌이, 홑벌이

  19. No Image 08Jan
    by 바람의종
    2012/01/08 by 바람의종
    Views 24121 

    앎, 알음, 만듬/만듦, 베품/베풂

  20. No Image 12Dec
    by 바람의종
    2012/12/12 by 바람의종
    Views 24090 

    온몸이 노근하고 찌뿌둥하다

  21. No Image 29Dec
    by 風文
    2014/12/29 by 風文
    Views 24050 

    레스쿨제라블, 나발질

  22. No Image 03Apr
    by 윤안젤로
    2013/04/03 by 윤안젤로
    Views 24035 

    나, 본인, 저

  23. No Image 21Dec
    by 바람의종
    2012/12/21 by 바람의종
    Views 23883 

    피랍되다

  24. No Image 10Dec
    by 바람의종
    2012/12/10 by 바람의종
    Views 23748 

    박물관은 살아있다 2

  25. No Image 02Apr
    by 바람의종
    2010/04/02 by 바람의종
    Views 23558 

    늘그막, 늙으막 / 늑수그레하다, 늙수그레하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