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17 04:47

해오라기

조회 수 8564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해오라기

짐승이름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조이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백로가)

포은 정몽주 선생의 어머니께서 아들을 백로에 비기고 상대 무리를 까마귀에 비겼다. 썩 풍자적이다. 포은을 기리고자 세운 영천 임고서원, 오백년 넘은 은행나무는 잎은 다 졌으나 드높은 기상은 예나 다르지 않다. 해오라기에는 알락해오라기와 덤불백로가 있다. 앞엣것은 황갈색 해오라기를 모두 이르고, 뒤엣것은 주로 미주 지역에 사는 텃새로 작은 해오라기를 두루 이른다.

‘백로’는 우리말로 ‘해오라기’다. 경상도 말로는 ‘해오라비’다. 백로의 백(白)과 해오라기의 ‘해’는 같다. ‘해맑다-해끔하다-해사하다-해쓱하다-해말쑥하다-해반드르르하다 …’에서 ‘해’는 분명 희다는 뜻을 알맹이로 한다.

그럼 ‘오라기’는 무엇인가? 더러 해오라기를 ‘해오리’라고도 부른다. 아주 시사적이다. ‘오리’의 짜임은 ‘올+이’로서 오리(鴨)와 같은 말로 보면 좋을 것이다. 물 위에 떠다니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때로는 하늘 높이 날아 고고한 자태를 드러낸다. 옛말로는 ‘하야로비’(鷺·훈몽자회), ‘하야루비’(백련초해), ‘해오리’(청구영언)다. 이 가운데 가장 해오라기와 가까워 보이는 게 ‘해오리’로, 준말로 다루기도 한다. 세밑을 맞아 겉 희고 속 검은 일은 없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43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08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968
3326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370
3325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374
3324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1379
3323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379
3322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379
332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1380
3320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381
3319 상석 風文 2023.12.05 1384
3318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387
3317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388
3316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1389
3315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1390
3314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391
3313 아줌마들 風文 2022.01.30 1392
3312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1392
3311 야민정음 風文 2022.01.21 1394
3310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1397
3309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398
3308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399
3307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400
3306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風文 2022.07.28 1401
3305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140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