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암진
땅이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공민왕 때 공암진에서 평민 두 형제가 함께 길을 가다가 아우가 황금 두 덩이를 주워서 형에게 하나를 주었는데, 동생이 갑자기 남은 금을 물에 던지므로 형이 괴이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물으니, “제가 평소 형을 우애하였는데, 금을 나누어 가진 뒤 형님을 꺼리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것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니 강에 던지는 것이 낫겠습니다”라고 대답하므로, 형도 아우에게 받은 금을 물에 던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공암진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로 옛날 이름은 제차파의현(齊次巴衣縣)이다. 이 이름에서 ‘파의’는 ‘바위’를 뜻하는 말인데, 한자를 빌려 쓸 때는 ‘파의’ 또는 ‘파혜’(波兮)로 표기하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의 ‘별사파의’, ‘구사파의’, ‘밀파의’ 등의 땅이름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이름들은 대체로 ‘고개’를 뜻하는 ‘현’(峴)이나 ‘바위’를 뜻하는 ‘암’(巖)으로 바뀌었다.
‘바위’의 옛말은 ‘바회’다. <감산사미륵보살광배명>에는 ‘동해유반변’(東海攸反邊)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때의 ‘유반’도 ‘바회’다. 유(攸)는 ‘바 유’로 ‘소’(所)와 같은 뜻이며, 외(外)는 한자의 음을 표기한 것이다. ‘마음’을 ‘심음’(心音), ‘가을’을 ‘추찰’(秋察)로 표기하듯이, 한자를 빌려 우리말 단어를 표기할 때 뜻을 중심으로 하고 음을 덧붙이는 원리를 따른 것이다.
사람의 심성이 땅을 닮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강산이 변하여 공암진의 바위와 형제투금 전설을 다시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8584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5153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0012 |
3124 | 팔자 | 바람의종 | 2007.09.08 | 8733 |
3123 | 폐하 | 바람의종 | 2007.09.09 | 9785 |
3122 | 푼수 | 바람의종 | 2007.09.10 | 11353 |
3121 | 한량 | 바람의종 | 2007.09.12 | 8254 |
3120 | 한성 | 바람의종 | 2007.09.18 | 10974 |
3119 | 한약 한 제 | 바람의종 | 2007.09.19 | 10877 |
3118 | 합하 | 바람의종 | 2007.09.20 | 8147 |
3117 | 행각 | 바람의종 | 2007.09.21 | 8034 |
3116 | 형 | 바람의종 | 2007.09.22 | 8877 |
3115 | ‘김치’와 ‘지’ | 바람의종 | 2007.09.22 | 6811 |
3114 | 형극 | 바람의종 | 2007.09.23 | 12204 |
3113 | 기다 아니다 | 바람의종 | 2007.09.23 | 14498 |
3112 | 호구 | 바람의종 | 2007.09.26 | 11133 |
3111 | 언어의 가짓수 | 바람의종 | 2007.09.26 | 12418 |
3110 | 호구 | 바람의종 | 2007.09.28 | 8146 |
3109 | 상일꾼·큰머슴 | 바람의종 | 2007.09.28 | 12251 |
3108 | 호남 | 바람의종 | 2007.09.29 | 8813 |
3107 | ‘기쁘다’와 ‘즐겁다’ | 바람의종 | 2007.09.29 | 11909 |
3106 | 홍일점 | 바람의종 | 2007.10.05 | 10613 |
3105 | 고려에 넣어? | 바람의종 | 2007.10.05 | 7978 |
3104 | 환갑 | 바람의종 | 2007.10.06 | 18078 |
3103 | 언어 분류 | 바람의종 | 2007.10.06 | 129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