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가을 꽃으로 흔히 ‘국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국화과의 꽃은 세계에서 2만종이 넘고, 우리나라 산과 들에도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구절초·감국·산국·개미취·쑥부쟁이 등 수많은 종의 국화가 있다. 요즘 곳곳의 수목원에서 들국화 잔치를 연다고 한다. ‘쑥부쟁이’는 제주 고장말로도 ‘드릇국화’라고도 하듯이, 가을에 산과 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연보랏빛 풀꽃이다.
쑥부쟁이는 꽃모습보다 전설이 더 유명하다. 옛날 충청도에 가난한 대장장이 가족이 살았는데, 너무 가난하여 큰딸이 쑥을 캐어 많은 식구들이 먹고 살았다. 쑥부쟁이는 ‘쑥을 캐는 불쟁이의 딸’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대장장이는 곧 ‘불쟁이’이고, ‘ㄹ’이 탈락하여 ‘부쟁이’가 된다. 그 부쟁이의 딸이 한양에 간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다 숨진 곳에 난 꽃이 쑥부쟁이라고 한다. 유난히 목이 길어 누구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같은 국화로 이르지만 황실의 화려한 금빛 국화로도, 비바람에 흔들리는 한 송이 작은 들꽃으로도 살 수 있는 것이 세상사라는 것을 쑥부쟁이를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 꽃의 마음으로는 어떤 삶이 더 좋을까.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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