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17 23:53

인사말

조회 수 7119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인사말

인사말이 복잡한 듯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관혼상제를 비롯한 큰일들이 잦을 뿐이지 말이 복잡한 게 아닌데다, 요즘은 어려운 한자말도 거의 쓰지 않고, 토박이 인사말은 삶의 바탕을 헤아려 짚는 까닭에 무척 진솔하다.

아침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하면 “잘 주무셨는가? 잘 잤니?” 한다. 늦은 아침에는 “진지 드셨습니까? 아침 잡수셨습니까? 아침 드셨나? 밥 먹었나? …” 한다. 때에 따라 아침 대신 ‘점심·저녁’을 바꿔 말하면 그만이다.

‘밥 인사’를 낡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잖다. 우리가 언제부터 배불리 살았다고? 일부러 끼니를 거르는 이도 있다지만 이만한 인사말보다 나을 게 따로 있을 성싶지 않다. 그럭저럭 이런 인사말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로 단순해지고 있다. 거의 사무·의례적인 인사말, 한국의 대표적인 인사말로도 굳어진 듯하다. ‘안녕’만 따로 떼 만나고 헤어질 때 두루 쓴다. 그렇다고 ‘반가워!’나 ‘잘 가! 또 봐!’ 들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일터에서도 ‘안녕하십니까’면 통하는데, “일찍 나오셨습니다! 벌써 나오셨습니까? 좀 늦었습니다, 이제 나오십니까? …”로, 이웃을 만나거나 일터 밖에서는 “어디 가십니까? 들에 나가십니까? 어디 갔다 오십니까? …”처럼 때와 곳에 따라 말을 맞추어 쓴다. “아, 반갑네! 저기 갔다 오는 길일세! 별일 없는가? 여긴 웬일인가?”에 이르면 깊이 소통하는 수준이 된다.

인사는 가볍게 주고받고 넘어가는 버릇말이고, 절·악수·눈인사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빠지면 사달이 난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까닭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80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18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312
308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136
307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154
30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151
305 지도자의 화법 風文 2022.01.15 1286
304 쇠를 녹이다 風文 2022.01.15 1479
303 야민정음 風文 2022.01.21 995
302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051
301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906
300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976
299 정당의 이름 風文 2022.01.26 994
298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888
297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1044
296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996
295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214
294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965
293 아줌마들 風文 2022.01.30 935
292 사저와 자택 風文 2022.01.30 936
291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098
290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960
289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1072
288 순직 風文 2022.02.01 890
28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IMF, 막고 품어라, 내 인감 좀 빌려주게 風文 2022.02.01 11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