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16 04:49

영양과 ‘고은’

조회 수 10650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영양과 ‘고은’

경상북도 영양(英陽)의 옛이름은 고은(古隱)이었다. 한자 뜻을 풀이하면, 산수가 화려하여 선비들이 은둔하기에 좋은 땅쯤 된다. 본디 이 지역은 고구려 우시군(于尸郡)을 신라 경덕왕이 유린(有隣)으로 고치고, 다시 고려 태조가 영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오늘날의 행정구역을 고려한다면 육지의 섬처럼 외져 있으니 ‘고은’이라는 땅이름이 어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양의 옛이름이었던 ‘고은’은 ‘곱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옛말에서는 어두운 홀소리와 밝은 홀소리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곱다’는 현대 국어의 ‘굽다’와 같은 뜻이 된다. 이를 고려할 때 ‘고은’은 ‘곱’에 ‘은’이 붙어 만들어진 이름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한 경우지만 우리말에서 ‘은’이 명사를 파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얼다’라는 말에 ‘은’이 붙어 ‘어른’을 만들어내며, ‘임시로 남의 행랑에 붙어 지내는 사람’을 뜻하는 ‘드난’은 ‘들다’와 ‘나다’를 합친 데에 ‘은’이 붙어 된 말이다.

‘고은’이 ‘굽다’에서 비롯된 말이었음은 영양을 감돌아 흐르는 ‘감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자 땅이름으로 ‘반변천’(半邊川)·곡강(曲江)이라 부르는 이 강을 달리 ‘감내·감들내’라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금장산·백암산·명동산·일월산 등의 산과 장군천·장파천·반변천 등의 하천이 굽이져 만나는 곳이다. 산세와 물이 좋은 땅이므로 ‘굽다’의 다른 의미인 ‘곱다’의 뜻이 강화되어 아름답고 독특한 지역 문화를 일구어 온 셈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99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53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510
3149 가차없다 바람의종 2007.04.28 10598
3148 가책 바람의종 2007.05.25 11539
3147 가파르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2.07 8535
3146 가히·논개② 바람의종 2008.04.23 9717
3145 각각 / 씩 바람의종 2010.02.28 8136
3144 각광 바람의종 2007.05.28 5651
3143 각둑이, 깍둑이, 깍두기, 깍뚜기 바람의종 2009.11.09 14400
3142 각시취 바람의종 2008.04.29 7232
3141 각축 바람의종 2007.05.28 6065
3140 간(間)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2.27 11570
3139 간디·무작쇠 바람의종 2008.06.18 6444
3138 간이 부었다 바람의종 2007.12.26 11786
3137 간절기 바람의종 2012.05.11 12174
3136 간지 바람의종 2009.03.03 8297
3135 간지 바람의종 2010.08.03 9618
3134 간지는 음력 바람의종 2010.01.20 13379
3133 간지럽히다 바람의종 2009.02.12 9425
3132 간지르다, 간질이다 바람의종 2009.08.03 8600
3131 간판 문맹 風文 2014.12.30 24387
3130 갈가지 바람의종 2009.07.30 7919
3129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8.10.30 74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