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498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거제의 옛이름 ‘상군’(裳郡)

거제도(巨濟島)는 남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이 섬 이름이 한 때는 ‘상군’(裳郡)이라 불렸다. 뜻으로 본다면 ‘치마’인 셈인데, 이 섬을 ‘치마’와 연관지어 부를 만한 연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최남선의 <동경통지>에서는 거제를 상군으로 부른 연유를 두고 한 구절 설명을 덧붙인 바 있다. ‘치마’를 뜻하는 속어로 ‘두룽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두룽이’라는 말을 문헌에서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가 올 때 입는 ‘도롱이’는 짚이나 띠로 만들어 허리에 매어 입었으므로 ‘치마’를 뜻하는 ‘두룽이’가 속어로 쓰였다는 이야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두룽이’의 한자 표기는 ‘독로’(瀆盧)인데 우리말의 ‘도랑’에 해당하는 말이다. ‘도랑’이나 ‘두룽이’, 그리고 ‘도롱이’는 모두 ‘두르다’ 또는 ‘돌다’에서 파생된 명사다. 우리말에서 ‘두르다’에서 나온 명사는 흔치 않지만 ‘돌다’에서 파생된 말은 비교적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도리’는 ‘둘레’를 뜻할 때와 ‘주기’를 뜻할 때 쓰인다. ‘도리 기둥’이나 ‘두리 기둥’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돌려 얹히는 나무를 뜻한다.

거제의 땅이름이 치마나 비옷을 뜻하는 ‘두룽이’ 또는 ‘도롱이’였던 까닭은 섬 주위로 물길이 돌아들기 때문이었다. 외형상으로 전혀 무관해 보이는 ‘독로’, ‘상군’, ‘거제’가 모두 섬의 지형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러한 말이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도 고유어와 한자어의 대응 관계가 성립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83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825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3437
3146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156
3145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158
3144 옹알이 風文 2021.09.03 1159
3143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169
3142 지식생산, 동의함 風文 2022.07.10 1170
3141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1170
3140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171
3139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175
3138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178
3137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179
3136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180
3135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182
3134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風文 2022.08.02 1182
3133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187
3132 공적인 말하기 風文 2021.12.01 1189
3131 일타강사, ‘일’의 의미 風文 2022.09.04 1191
3130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192
3129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196
3128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199
3127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199
3126 꼬까울새 / 해독, 치유 風文 2020.05.25 1200
3125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20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