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3 09:09

무너미·목넘이

조회 수 6615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무너미·목넘이

황순원의 소설 <목넘이 마을의 개>는 한 마을에 흘러들어 온 신둥이(흰둥이)의 강인한 삶을 통하여 온갖 고난을 이겨내는 우리 겨레를 상징한 소설로 알려졌다. 소설 속의 ‘목 넘이 마을’은 사방 산으로 둘러싸여 어느 곳이든 ‘목’을 넘어야 갈 수 있는 마을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이야기 배경이 평안도 어느 마을로 설정돼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황순원이 평안도 대동 출생이니 그곳 어디쯤에 있는 땅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목 넘이 마을’처럼 ‘넘다’라는 말이 들어간 땅이름도 비교적 흔히 찾을 수 있다. 중세어에서 ‘넘다’는 ‘남다’와 함께 쓰였다. 두 말이 모두 ‘넘는다, 지나치다. 남다’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백년이 하마 반이 남으니”라는 말은 “백년이 벌써 반이나 지나가니”라는 뜻이며, <석보상절>에서는 한자어 ‘과’(過)를 ‘넘다’로 풀이한 바 있다. 이는 중세어에서 ‘넘다’와 ‘남다’가 넘나들며 쓰였음을 뜻한다. 이 말이 차츰 분화하여 ‘남다’와 ‘넘다’가 전혀 다른 뜻의 말이 되었다.

그런데 땅이름에서는 ‘남다’의 의미를 갖는 것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넘다’의 경우는 ‘너미’라는 형태로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무너미’는 ‘둑이나 저수지에서 물이 넘어가는 곳’ 또는 ‘물 건너 마을’을 뜻한다. ‘목 넘이’의 ‘넘이’도 마찬가지다. ‘넘다’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 ‘이’가 붙어 땅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쓰인 셈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94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51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509
286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097
285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096
284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094
283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094
282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088
281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088
280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086
27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IMF, 막고 품어라, 내 인감 좀 빌려주게 風文 2022.02.01 1085
278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085
277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083
276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082
275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079
274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1079
273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075
272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074
271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070
270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1070
269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067
268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066
267 콩글리시 風文 2022.05.18 1063
266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061
265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06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