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8 06:02

바쁘다

조회 수 5562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바쁘다

“배우가 먼저 웃으면서 관중에게 웃음을 강요하면 웃기도 바쁘거니와 웃는 경우에도 그것은 면구한 웃음으로밖에 될수 없다.”(조선말대사전)

‘바쁘다’는 남북이 같이 쓰는 말로 ‘겨를이 없다’ 혹은 ‘매우 급하다’, ‘어떤 일이 끝나자마자 곧’의 뜻이다. 보기에서 ‘바쁘다’는 ‘웃을 겨를이 없거나 웃기에는 급한 상황’이 아니라, ‘웃기에 그 상황이 매우 딱하다’는 뜻이다. 북녘에서는 ‘바쁘다’를 ‘힘에 부치거나 참기가 어렵다’는 뜻과 ‘매우 딱하다’란 뜻으로도 쓴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안 해서 대학 가기 바쁩니다”라고 하면, ‘대학 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흘 동안에는 좀 바쁘겠는데”라고 하면, ‘사흘 동안에는 좀 어렵다’는 뜻이다.

‘겨를이 없다’와 ‘어렵다’는 의미적 관련이 있다. ‘겨를’은 ‘시간적인 여유’를 뜻하고, ‘힘에 부치거나 참기가 어렵다’는 ‘능력의 여유나 인내심의 여유가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뜻은 ‘여유가 없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일을 며칠 내에 하기 바쁘다’라고 하면 ‘며칠 내에 할 시간 여유나 능력의 여유가 없다’는 뜻도 되고, 그래서 ‘하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대학 가기 바쁜 것’은 ‘대학 갈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고 ‘대학 갈 실력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바쁘다’는 ‘여유가 없다’는 기본적인 뜻을 지니고, ‘-기(가) 바쁘게’의 꼴로 쓰여서 ‘곧’의 뜻을 나타내며, 북녘말에서 ‘매우 딱하다’의 뜻을 가진다고 하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86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43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449
3168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060
3167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060
3166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060
3165 콩글리시 風文 2022.05.18 1063
3164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067
3163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067
3162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1067
3161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070
3160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071
3159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1075
3158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079
3157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082
3156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082
3155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083
3154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084
3153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084
315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IMF, 막고 품어라, 내 인감 좀 빌려주게 風文 2022.02.01 1085
3151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086
3150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086
3149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088
3148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092
3147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09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