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기풀
‘쐐기’는 풀, 벌레, 물건 이름으로 두루 쓰인다. ‘쐐기풀’은 주로 숲 가장자리에 많이 자라서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면 흔히 따끔하게 스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잎이 톱니 모양에다 포기 전체에 가시털이 나 있다. 가시에는 개미산(포름산)이 들어 있어 찔리면 쐐기한테 쏘인 것처럼 아프다. 그런데 독은 독을 이기는 법인지, 쐐기풀은 뱀독 해독제로도 쓰였다. ‘쐐기풀’은 모양과 감각이 두루 반영된 이름이다. ‘쐐기벌레’는 쐐기나방 애벌레로, 몸에 뾰족한 독침이 있어 따갑게 쏘기에 붙여진 이름일 터이다.
‘쐐기’는 물건을 고정시키거나 쪼갤 때 쓰는 쐐기(V)꼴 물건이다. 세계 글자 역사에서는 대체로 현존하는 최고의 문자로 기원전 4000년께 썼다는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를 든다. 진흙판에 글자를 새기기 때문에 쐐기같이 뾰족한 도구로, 진흙이 일어나지 않게 쐐기 모양으로 쓸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제일 훌륭한 신랑감은 의사도 판사도 아닌 ‘필경사’였다고 한다. 글자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지식과 권력의 최상층부인 시대도 있었는데, 최근 20년 사이 없어진 직업이 ‘필경사’와 ‘타자수’라는 얘기는 흥미롭다. ‘서예’는 말 그대로 미술 영역이 되었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9775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6364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1332 |
3190 | 본정통(本町通) | 風文 | 2023.11.14 | 1031 |
3189 |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 風文 | 2023.04.18 | 1034 |
3188 |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 風文 | 2024.03.27 | 1034 |
3187 |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 風文 | 2022.07.20 | 1036 |
3186 | 삼디가 어때서 | 風文 | 2022.02.01 | 1038 |
3185 | 되묻기도 답변? | 風文 | 2022.02.11 | 1039 |
3184 |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 風文 | 2022.10.15 | 1043 |
3183 | 귀 잡수시다? | 風文 | 2023.11.11 | 1043 |
3182 |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 風文 | 2022.07.14 | 1044 |
3181 |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 風文 | 2022.08.06 | 1044 |
3180 | 쌤, 일부러 틀린 말 | 風文 | 2022.07.01 | 1045 |
3179 | ‘부끄부끄’ ‘쓰담쓰담’ | 風文 | 2023.06.02 | 1045 |
3178 | 이름 짓기, ‘쌔우다’ | 風文 | 2022.10.24 | 1047 |
3177 |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 風文 | 2022.08.14 | 1050 |
3176 |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 風文 | 2022.07.07 | 1051 |
3175 | 지긋이/지그시 | 風文 | 2023.09.02 | 1051 |
3174 | '넓다'와 '밟다' | 風文 | 2023.12.06 | 1053 |
3173 |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 風文 | 2022.06.30 | 1055 |
3172 | 이단, 공교롭다 | 風文 | 2022.08.07 | 1055 |
3171 |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 風文 | 2022.11.18 | 1055 |
3170 | 정치인의 애칭 | 風文 | 2022.02.08 | 1057 |
3169 |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 風文 | 2022.09.29 | 10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