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2 16:06

오랫도리

조회 수 7914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오랫도리

옛날 서적을 읽다 보면 오늘날 쓰지 않는 말들이 나타날 때가 적잖다.〈열녀춘향수절가〉에서 이도령이 천자문을 읽자, 방자가 한 마디 던진다. “여보 도련님, 점잖은 사람이 천자는 또 웬일이오?”, “소인놈도 천자 속은 아옵네다.” 그러고는 “높고 높은 하늘 천, 깊고 깊은 따 지, 홰홰 칭칭 가물 현, 불타것다 누루 황”이라고 읽는 모습은 가히 웃음을 유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실은 한문 공부의 첫걸음이라고 할 ‘천자문’ 풀이조차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라 문’이다.

홍양호의 〈북색기략〉에는 함북 방언에 문(門)을 뜻하는 ‘오라’가 있고, 덕(德)을 뜻하는 ‘고부’(高阜)가 있다고 한다. 함북 방언은 조선 초기 육진을 개척할 때 경상도 사람을 이주시켰으므로 신라 고어라고 할 수 있다. 황윤석은 영남 인본 천자문을 바탕으로 ‘오라’가 영남 고어라고 하였고, 객사에서 아이들이 대문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라고도 풀이하였다. 이처럼 ‘문’을 ‘오라’로 풀이한 예는 더 발견되는데,〈석봉 천자문〉의 ‘오라 문’이나,〈소학언해〉의 ‘문 오래며 과실 남글’[門巷果木]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고 김윤학 교수 연구에서, 강화 화도면에 ‘오랫도리’라는 밭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한 동네 들머리에 놓인 이 밭을 ‘출입문에 해당하는 밭’이라고 생각하며 ‘오랫도리’라 불렀다는 것이다. ‘도리’는 ‘둘레’란 뜻이므로, ‘동리로 드는 문의 주위에 놓인 밭’이다. 땅이름에 우리말이 화석처럼 깃든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76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17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288
3190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847
3189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風文 2022.06.02 1175
3188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873
3187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868
3186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972
318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785
3184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127
3183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731
318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827
3181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1031
3180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1006
3179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934
3178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740
3177 혼성어 風文 2022.05.18 984
3176 콩글리시 風文 2022.05.18 1102
317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913
3174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753
3173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814
3172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923
317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861
3170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047
3169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87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