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3 12:30

수진이 고개

조회 수 9683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수진이 고개

성남시 수진동은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도 했다.〈한국지명총람〉(한글학회)에는 세종의 일곱째 아들인 평원대군의 묘를 관리하는 수진궁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풀이한 바 있다. 그런데 수진동은 ‘수진’이라는 몽골어에서 온 말이다. 민요 ‘남원산성’의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 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떴다 봐라 저 종달새”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수진’, ‘날진’(나진, 난친), ‘보라매’는 모두 매의 이름들이다. 사역원에서 간행한〈몽어유해〉에는 ‘해동청’(海東靑)을 ‘숑홀’이라고 기록한 바 있는데, 해동청은 오늘날의 ‘송골매’다.

이처럼 땅이름에 매의 이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고려시대에 원나라와의 교류 과정에서 원의 매사냥 문화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어떤 말들은 완전히 우리말처럼 쓰여 몽골어에서 온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밝히고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매 꽁지에 붙인 네모진 뿔을 일컫는 말이었다. 달아난 매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기로 작정하고 시치미를 떼는 행위에서 ‘시치미 떼다’라는 관용어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청준의 ‘매잡이’에서 사라져 가는 매잡이의 전통을 지키려는 곽돌 영감의 몸부림이 묘사되어 있듯이 오늘날은 매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그나마 땅이름 속에서 매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20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74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756
264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1070
263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風文 2022.11.18 1068
262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066
261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065
260 이단, 공교롭다 風文 2022.08.07 1062
259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061
258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061
257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060
256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059
255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1059
254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058
253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058
252 이름 짓기, ‘쌔우다’ 風文 2022.10.24 1057
251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055
250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風文 2024.03.27 1053
249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052
248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1050
247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049
246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045
245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1044
244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042
243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0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