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3 12:30

수진이 고개

조회 수 9654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수진이 고개

성남시 수진동은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도 했다.〈한국지명총람〉(한글학회)에는 세종의 일곱째 아들인 평원대군의 묘를 관리하는 수진궁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풀이한 바 있다. 그런데 수진동은 ‘수진’이라는 몽골어에서 온 말이다. 민요 ‘남원산성’의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 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떴다 봐라 저 종달새”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수진’, ‘날진’(나진, 난친), ‘보라매’는 모두 매의 이름들이다. 사역원에서 간행한〈몽어유해〉에는 ‘해동청’(海東靑)을 ‘숑홀’이라고 기록한 바 있는데, 해동청은 오늘날의 ‘송골매’다.

이처럼 땅이름에 매의 이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고려시대에 원나라와의 교류 과정에서 원의 매사냥 문화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어떤 말들은 완전히 우리말처럼 쓰여 몽골어에서 온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밝히고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매 꽁지에 붙인 네모진 뿔을 일컫는 말이었다. 달아난 매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기로 작정하고 시치미를 떼는 행위에서 ‘시치미 떼다’라는 관용어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청준의 ‘매잡이’에서 사라져 가는 매잡이의 전통을 지키려는 곽돌 영감의 몸부림이 묘사되어 있듯이 오늘날은 매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그나마 땅이름 속에서 매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01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61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488
3212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932
3211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007
3210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024
3209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840
3208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791
3207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846
3206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959
3205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855
3204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055
3203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850
3202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930
3201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861
3200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847
3199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939
3198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風文 2022.06.18 863
3197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983
3196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950
3195 동무 생각, 마실 외교 風文 2022.06.14 849
3194 개념의 차이, 문화어 風文 2022.06.13 901
3193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968
3192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991
3191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79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