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3 12:30

수진이 고개

조회 수 9695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수진이 고개

성남시 수진동은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도 했다.〈한국지명총람〉(한글학회)에는 세종의 일곱째 아들인 평원대군의 묘를 관리하는 수진궁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풀이한 바 있다. 그런데 수진동은 ‘수진’이라는 몽골어에서 온 말이다. 민요 ‘남원산성’의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 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떴다 봐라 저 종달새”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수진’, ‘날진’(나진, 난친), ‘보라매’는 모두 매의 이름들이다. 사역원에서 간행한〈몽어유해〉에는 ‘해동청’(海東靑)을 ‘숑홀’이라고 기록한 바 있는데, 해동청은 오늘날의 ‘송골매’다.

이처럼 땅이름에 매의 이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고려시대에 원나라와의 교류 과정에서 원의 매사냥 문화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어떤 말들은 완전히 우리말처럼 쓰여 몽골어에서 온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밝히고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매 꽁지에 붙인 네모진 뿔을 일컫는 말이었다. 달아난 매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기로 작정하고 시치미를 떼는 행위에서 ‘시치미 떼다’라는 관용어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청준의 ‘매잡이’에서 사라져 가는 매잡이의 전통을 지키려는 곽돌 영감의 몸부림이 묘사되어 있듯이 오늘날은 매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그나마 땅이름 속에서 매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1349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2826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5Mar
    by 바람의종
    2008/03/15 by 바람의종
    Views 8701 

    전농동과 설렁탕

  5. 파리지옥풀

  6. No Image 14Mar
    by 바람의종
    2008/03/14 by 바람의종
    Views 9013 

    얼음보숭이·에스키모

  7. No Image 13Mar
    by 바람의종
    2008/03/13 by 바람의종
    Views 9695 

    수진이 고개

  8. No Image 13Mar
    by 바람의종
    2008/03/13 by 바람의종
    Views 7490 

    결속

  9. No Image 12Mar
    by 바람의종
    2008/03/12 by 바람의종
    Views 8977 

    한터와 자갈치

  10. No Image 12Mar
    by 바람의종
    2008/03/12 by 바람의종
    Views 7034 

    은방울꽃

  11. No Image 11Mar
    by 바람의종
    2008/03/11 by 바람의종
    Views 6840 

    그닥

  12. No Image 10Mar
    by 바람의종
    2008/03/10 by 바람의종
    Views 5590 

    사위질빵

  13. No Image 07Mar
    by 바람의종
    2008/03/07 by 바람의종
    Views 9045 

    넋살탕

  14. No Image 07Mar
    by 바람의종
    2008/03/07 by 바람의종
    Views 9511 

    우리말의 짜임새와 뿌리

  15. No Image 07Mar
    by 바람의종
    2008/03/07 by 바람의종
    Views 6271 

    도내와 섬안

  16. No Image 06Mar
    by 바람의종
    2008/03/06 by 바람의종
    Views 7256 

    깽깽이풀

  17. No Image 06Mar
    by 바람의종
    2008/03/06 by 바람의종
    Views 7137 

    메다와 지다

  18. No Image 04Mar
    by 바람의종
    2008/03/04 by 바람의종
    Views 9978 

    여우잠

  19. No Image 04Mar
    by 바람의종
    2008/03/04 by 바람의종
    Views 12359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20. No Image 04Mar
    by 바람의종
    2008/03/04 by 바람의종
    Views 9337 

    한라산과 두무산

  21. No Image 01Mar
    by 바람의종
    2008/03/01 by 바람의종
    Views 6424 

    괭이눈

  22. No Image 01Mar
    by 바람의종
    2008/03/01 by 바람의종
    Views 7394 

    밑과 아래

  23. No Image 29Feb
    by 바람의종
    2008/02/29 by 바람의종
    Views 9318 

    새라새롭다

  24. No Image 29Feb
    by 바람의종
    2008/02/29 by 바람의종
    Views 7423 

    동남아 언어

  25. No Image 28Feb
    by 바람의종
    2008/02/28 by 바람의종
    Views 6967 

    빛깔말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