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2 12:20

한터와 자갈치

조회 수 9519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터와 자갈치

‘한터’는 서울 대치동의 다른 이름이다. ‘한’은 ‘큰’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며, ‘터’는 ‘치’(峙)의 옛음인 ‘티’가 변화한 말이다. ‘티’가 구개음화해서 ‘치’로 바뀌지 않고 ‘터’로 변한 것은 장소를 나타내는 다른 말인 ‘터’가 있기 때문이다. ‘장터’, ‘새터’와 같이 특정한 장소를 이를 때 ‘터’가 쓰이는 경우는 매우 많다. ‘티’, 곧 ‘치’는 고개를 일컫거나 산이 우뚝 솟은 모습을 일컬을 때 쓰인다. ‘한티’가 ‘대치’로 맞옮겨진 것은 의미상으로도 매우 자연스럽다. 또한 ‘한터’도 어휘 관계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터’가 ‘치’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자갈치 시장은 ‘자갈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갈치’는 등가싯과의 생선 이름이지만 자갈치가 많이 잡혀 붙은 이름인지는 알 수 없다. 자갈치 시장은 1946년에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지역은 자갈투성이 땅이었기 때문에 ‘자갈터’라는 말이 붙었다고 한다. ‘자갈터’가 ‘자갈치’로 바뀐 셈이다. 간혹은 몽골어에서 자갈치가 ‘어부’를 뜻하는 말이므로, 자갈치 시장도 몽골어에서 온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자갈치 시장이 생겨난 시점을 고려한다면, 자갈치는 ‘자갈터’에서 유래한 말로, 점차 어류인 자갈치를 연상하게 했다고 봐야겠다. 오늘날 자갈치 시장에서 자갈을 구경하기는 어렵다. 현대식 건물 뒤에 시장 아지매들의 삶과 판잣집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갈터’ 흔적도 사라졌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58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15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034
3304 필요한 사람?/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8 8525
3303 가능·가성능/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8 8709
3302 감감소식 바람의종 2007.04.29 8283
3301 강남 제비 바람의종 2007.04.29 11144
3300 관자놀이 바람의종 2007.05.02 11379
3299 근사하다 바람의종 2007.05.02 11385
3298 기구하다 바람의종 2007.05.06 13566
3297 기절하다 바람의종 2007.05.06 7941
3296 기특하다 바람의종 2007.05.07 9747
3295 기합 주다 바람의종 2007.05.07 10103
3294 난장판 바람의종 2007.05.08 8607
3293 맥적다 바람의종 2007.05.08 9817
3292 무동태우다 바람의종 2007.05.09 8856
3291 박살내다 바람의종 2007.05.09 10318
3290 번갈아 바람의종 2007.05.10 8213
3289 산통 깨다 바람의종 2007.05.10 11035
3288 상피 붙다 바람의종 2007.05.12 14836
3287 서방님 바람의종 2007.05.12 8649
3286 선보다 바람의종 2007.05.15 8042
3285 심심파적 바람의종 2007.05.15 9884
3284 십상이다 바람의종 2007.05.16 7018
3283 아귀다툼 바람의종 2007.05.16 127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